완벽주의에서 벗어나기. 그리고 내가 살기 위하여.
잘 해야 하기 때문에. 내가 만족해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타인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타인의 만족하는 반응으로 인해 내 내면의 공허함이 채워지기 때문에.
그래서인지 시작을 잘 하지 못했다.
나는 새로운 운동을 덥썩 시작해버린다거나, 안 가본 다른 나라로 훌쩍 여행을 떠나는 등 그런 방면으로는 스스럼없이 도전하는 사람이라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내 본업인 교사의 일로 돌아오면 어떻게든 더 잘 하고싶어서 애를 쓰게 되고, 그 애쓰는 마음과 생각에 짓눌려서 오히려 시작을 차일피일 미루는 모습이 그득하다. 아이들을 만족시키고 싶어서, 그리고 내 스스로도 꽉 찬 수업, 재밌다고 칭찬받는 수업을 하고 싶어서 그렇다.
그러다보니 아이디어는 늘상 쥐어짜내려고 고민을 많이 하는데, 새로운 학교급에서 적응의 시간이 필요한 터인지 수업 자료를 제작하는 일이 쉽진 않고, 그런 마음의 고민이 이어지다보니 쉽사리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도 꽤 있는 것 같다.
정확히 한 해 전에 브런치에 근황을 남겼었는데 한 해만에 다시 이 공간을 자의적으로 찾아오게 되었다.
많은 용기와 결심이 필요했지만 내가 살아오고 겪었던 힘든 일들을 남기지 않는다면 영원히 휘발되어 버릴 것만 같았기에.
글 하나 쓰는 데에 무슨 결심까지 필요하냐 할 테지만, 지난 한 해는 내게 사소한 결심도 많은 에너지를 요하게 만들었던 어마어마한 한 해였다. 너무나도 힘들었던 기억을 이미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는건지 이미 많이 날아간 기억들이 많다는 경각심도, 내 인생의 레슨들을 이렇게 날려버릴 순 없다는 마음도, 또 내 마음의 응어리들을 풀어내고 가볍게 살아가고 싶단 마음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말 고통스럽고 벅찼지만 이 경험을 분명 필요로 하는 비슷한 상황의 선생님들이 많을 것 같아 이렇게 용기를 내어 글을 남겨보기로 결심했다.
얼마나 많은 비난이 따를까 무섭기도 하지만, 부디 나의 경험을 보고 많은 선생님들이 위로와 공감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