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미삐약이 May 17. 2023

월급날이 기쁘지가 않아요

왜 선생님들이 의원면직을 하고 교단을 떠날까요?

지난 몇 년간 열정 넘치는 삐약이 새내기 교사로 내 직업에 청춘과 영혼과 열정을 불살랐다. 타 직종에 있었을 땐 교사면 그냥 수업만 잘 하면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했었는데, 교사. 이거 감당해야 할 것이 너무도 많다.


더 삐약이 시절에 친구들을 만나서 박봉이라서 삶의 만족도가 너무 떨어진다고 하니 "그래도 너희는 공무원이라서 안정적이잖아. 연금 나오잖아~" 라는 반응이 첫 번째다. 그런데 물가상승률에 한참 못 미치는 연봉 인상률과 더 많이 떼이는 세금으로 올해 내 월급은 오히려... 작년보다 10만원이 넘게 줄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참 눈물나는 월급날이다. 내 옆자리 선생님이 오늘 했던 말이 기억난다. "월급날인데 하나도 기쁘지가 않아!" 깊이 동감한다.


정당한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느낌. 그리고 우리는 최선을 다하는데 사회적으로도 인격적으로도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 그게 이렇게나 가슴아플 줄 미처 몰랐다. 내가 겪을 일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기에. 나의 미래 속에서 이런 장면은 전혀 존재하지도 않았었기에.


나는 왜 이 직업에 발을 들였을까. 내가 가장 자신있는 일은 아이들에게 지식을 잘 풀어서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것이고 아이들이 재밌어 할 때, 열정적인 수업에 감사하다고 할 때, 흥미없던 과목과 분야였는데 선생님 덕분에 재미와 흥미가 생겨서 다른 영역까지 자발적으로 확장해서 찾아보고 그 게 일상의 큰 행복이 되었다고 말해줄 때. 거기서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걸 알아서 이 직업에 사명감을 가지고 들어왔는데 실질적 임금 삭감과 선생님에 대한 존중 없음, 교실 내 문제 행동을 일으키고 수업 방해를 하는 학생들을 제지할 수 없는 현실 등 실제 세계가 너무 팍팍하니까 이래서 되는 걸까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란 고민을 끊임없이 하게 된다. 학부모에게도 학교는 더이상 교육이 아니라 보육의 장소가 되어가는 것만 같다. 우리를 대하는 몇몇 학부모의 태도를 봐도 느낄 수 있다. 왜 선생님들이 교단을 떠나는지. 소아과 폐과, 노키즈존 증가와 맥을 같이 한다고 하면 이해하실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을 온전히 내어놓기로 결심한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