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내 이름으로 출근한다.

더루나그룹 성장기 4화.

by 루나

엇박자의 직장인


나는 잠시 어느 회사를 다닌 적이 있었다.

회사 다닐 때, 나는 늘 엇박자였다.
회의에서 말이 많았고, 상사의 말에 고개가 잘 안 끄덕여졌다.


“팀워크가 부족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지만,
사실은 거짓에 고개를 끄덕이는 게 서툴렀을 뿐이었다.


그래서 회의실보다 화장실 거울 앞에서 더 많은 결심을 했다.
“이건 나랑 안 맞아.”
그 조용한 한마디가 퇴사의 씨앗이 되었다.


세상이 좁아지던 날


결정적인 순간은 어느 오후였다.
상사가 말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던,

나에게 올 때는 A안, B안, C안을 다 준비해.
데이터, 예측 결과, 리스크까지 빠짐없이 정리해서 말해.
메일, 문자 하나 보낼 때도 내 검토를 먼저 받아.”


그 말을 듣는 순간, 세상이 좁아졌다.
내 생각조차 내 마음대로 말할 수 없구나.
누군가의 틀 안에서 생각하고,
누군가의 허락을 받아야만 말하는 삶.


그날 이후, 몸이 먼저 항복했다.
아침마다 배가 뒤틀렸고,
사무실 문 앞에 서면 심장이 요동쳤다.


몸은 머리보다 정직했다.
“이곳은 네 자리가 아니야.”
그 신호를, 이제는 안다.


그날 밤, 거울 속의 나는 낯설었다.
그 얼굴을 보며 맹세했다.
다시는, 절대로, 회사를 다니지 않겠다고.


자유에는 값이 있었다


프리랜서가 되었을 때, 세상이 열린 줄 알았다.
지하철 대신 카페로 출근하고,

상사 대신 고객을 만났다.


하지만 자유에는 값이 있었다.


다음 달 일정이 없을 때 찾아오는 공백,

그리고 아무도 내 이름을 대신 책임져주지 않는 현실.


그제야 깨달았다.
인생은 결국,
누군가의 시스템 안에서 일하느냐,
아니면 내가 시스템을 만드느냐의 선택이라는 걸.


내 이름으로 출근하는 하루

지금 나는 매일 내 이름으로 출근한다.
출퇴근 기록을 할필요는 없다.
대신 책임과 선택이 하루를 나눈다.


기획서를 쓰다 커피를 엎지르면,
닦는 것도 나고, 다시 쓰는 것도 나다.
누가 대신 한숨 쉬어줄 사람도 없고,
누가 대신 칭찬해줄 사람도 없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평온하다.
모든 결과가 오롯이 내 손끝에서 시작되고 끝나니까.


오늘은 어디까지 가볼까

조직 안에서는 늘 이런 말을 들었다.
“왜 굳이 그렇게까지 해?”


이젠 그 질문이 사라졌다.
대신 매일 아침, 내가 나에게 묻는다.


“오늘은 어디까지 가볼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움직이고,
누가 평가하지 않아도 기록한다.


실패해도 괜찮다.
그건 내 실패니까.


내가 만든 세계로

나는 아직도 완벽한 대표는 아니다.
감정이 숫자보다 먼저 튀어나오고,
계획보다 직관을 먼저 믿는다.

하지만 그게 나다.


그걸 억지로 고치려 조직에 남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이름으로 출근한다.
누군가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내가 만든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때로는 흔들리고,
때로는 외롭지만,
그래도 이 길이 내 길이라는 걸 안다.


나는 오늘도,
내 이름으로 살아간다.

작가의 이전글최저 시급 스타일리스트가 대표가 되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