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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흔살 어른이 Jan 09. 2022

17화. 해넘이 국수, 토시코시 소바

일본인 아내와 사는 한국 남자의 솔직한 이야기

‘이번 설에 시가와 처가 어디에 먼저 가야 하지?


결혼 10년 동안 이런 고민을 해 본 적이 없다. 일본인 아내의 처가는 신정을, 한국의 시가는 구정을 쇠기 때문이다. 보통 크리스마스 다음날이면 아내는 고향인 일본에 가서 2주 정도 연말과 새해를 보냈다. 나는 회사에서 10년 넘게 신년 행사를 담당하고 있어 함께 가지 못했다. (사실, 유부남들 사이에서는 연말연시 2주간의 방학이라며 부러움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21년 1월 1일, 결혼 10년 만에 처음으로 아내와 함께 새해를 맞이했다. 코로나로 아내가 일본을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크리스마스 다음날, 일본 가는 아내를 공항에서 배웅하고 스키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매년 새해의 일출을 스키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맞이하곤 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계속되면서 연속 2년 가족과 함께 새해를 보낼 수 있었다.


결혼 10년 차에 가족과 처음 맞는 새해맞이! 우선 연말 분위기를 한층 더하기 위해 TV에서 연예 대상 시상식을 틀었다. TV를 보던 아내는 밤 10시쯤 되어 갑자기 부엌으로 가더니 물을 끓여 메밀국수를 삶기 시작했다. ‘토시코시 소바(年越しそば)’를 만든다고 한다.

‘토시코시 소바’는 ‘해넘이 국수’란 뜻이다. 일본에서는 12월 31일 밤에 가족들과 옹기종기 모여 새해를 기다리며 토시코시 소바를 함께 먹는다고 한다. 뭔가 엄청난 국수라 생각할 수 있지만, 토시코시 소바는 삶은 소바(메밀국수)에 따뜻한 츠유 국물을 부어 먹는 매우 소박한 스타일의 국수다.


토시코시 소바의 기원은 약 800년 전, 가마쿠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절에서 연말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소바를 만들어 대접한 것이 유래인데, 이후에도 중기에 이르러 연말 풍습으로 정착해 지금도 많은 일본 가정에서 12월 마지막 날에 토시코시 소바를 먹는다고 한다. 토시코시 소바는 액운을 막고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메밀국수는 라면과 우동과 달리 툭툭 잘 끊어지는 식감인데, 1년의 액운을 끊어낸다는 의미가 있다. 또, 소바의 가늘고 긴 모양은 장수를 기원한다.


토시코시 소바를 먹는 시간은 집마다 다른데, 아내의 경우 장모님이 이른 저녁에 잠에 들기 때문에 9~10시쯤 먹었다고 한다.


<초간단 토시코시 소바 레시피>

사실 레시피라고 소개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만드는 법이 간단하다. 정성을 들여 츠유를 만들고 국물을 만들어도 되지만, 한 해의 마지막 날까지 그럴 필요가 있을까? 연말이라면 음식을 하는 즐거움보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음식을 함께 먹으며 대화를 하는 즐거움에 의미를 두면 좋을 듯하다.


대형 마트에 가면 츠유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사먹는 츠유도 솔직히 맛있다. 개인적으로 수입품 코너의 일본 츠유를 선호한다) 마트에서 판매하는 츠유는 대부분 농축액이라 물에 희석해서 사용해야 한다. 기호에 따라 츠유를 물에 섞으면 국물 내기 끝! 국물을 한번 팔팔 끓인 후 삶아놓은 메밀면에 부으면 된다.


츠유가 가다랑어로 맛을 낸 맛있는 간장이라 그냥 먹어도 되지만 뭔가 심심하다면 파를 잘게 썰어 넣거나 가마보코(어묵) 또는 유부를 고명으로 얹어 먹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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