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아내와 사는 한국 남자의 솔직한 이야기
일본인 아내와 사는 한국 남자의 솔직한 이야기
식사를 하고 있는데, 마침 그녀가 좋아하는 깻잎 반찬이 눈에 보인다. 그녀는 젓가락으로 깻잎을 집으려 하는데 2~3장이 붙어 버렸다. 깻잎을 포기할 수도, 2~3장의 깻잎을 한 번에 가져올 수도 없는 매우 난감한 상황. 그때 어디선가 슬며시 나타난 젓가락 하나. 그 젓가락은 깻잎을 지그시 눌러주고 그녀는 깻잎 한 장을 자연스럽게 가져갈 수 있었다. 혹시 이건 그린라이트?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간혹 나오는 썸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깻잎이 아닌 김치가 될 수도 있다. 사실 실생활에서 깻잎과 김치를 잡아주는 행위는 자연스러운 배려와 가깝다. (코로나 이후는 조금 바뀐 듯 하지만...)하지만 이 같은 배려 행위는 일본인과 식사할 때 불편한 분위기로 만들 수 있다.
신혼 초, 밥을 먹는 데 일본인 아내가 커다랗게 잘린 김치를 자신의 밥그릇으로 갖고 가야 할까 말까를 망설였다. 젓가락으로 한번 잡았으니 가져가야 할 것 같긴 한데, 생각보다 너무 커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눈치다. 나는 자연스럽게 김치 한쪽을 잡아 배춧결대로 김치를 찢어줬다. (난 정말 자상한 남편이야라고 자화자찬하며...) 하지만 웬걸? 아내가 조금은 당황하는 눈치다.
"원래 일본에서는 식탁에서 서로 젓가락을 서로 맞대지 않아"
일본이 아무리 개인주의가 심하다고 하지만 너무 한 거 아닌가? 하고 이유를 물었다.
"일본에서 서로의 젓가락을 맞대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장례식장에서야"
우리나라에서는 장례식장에서 화장을 하고 남은 뼈를 분쇄해 가루로 만들어 유골함에 담는다. 하지만 일본은 뼈를 분쇄하지 않고 장례 지도사가 뼈를 기다란 젓가락을 집어 유족들에게 건넨다. 유족들은 그 뼈를 젓가락으로 받아 유골함에 보관한다.
우리나라 술자리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술잔에 술이 반쯤 나았을 때 술잔 가득 술을 채워주면
"어디서 첨잔이야? 내가 죽었냐?"
라며 기분 나빠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제사에서 술잔에 술이 있는 상태로 첨잔을 하는 풍습이 있기 때문일 테다. (그래서 우리나라 술자리는 '원샷' 문화가 있는 걸까?) 하지만 일본 사람들과 술자리를 가져본 사람들은 알 거다. 일본 사람들은 옆 사람의 술잔이 가득 차있지 않으면 참지를 못한다. 언제나 가득 찬 술잔을 만들어 놓는다. 다행히 그 술을 다 마시라는 강요는 없었다.
이 외에도 한국과 일본의 식탁 문화에는 차이가 있는 점들이 몇몇 있다. 일본인 아내와 살면서 경험한 차이점이 몇몇 있다.
우선 한국인은 금속 젓가락을, 일본인은 나무젓가락을 선호한다.
"금속 젓가락은 무겁고 미끄럽지 않아?" 아내가 물어보는 데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다. 수저 세트를 구비하긴 했지만, 요즘 우리 집은 나무젓가락을 쓴다. (일회용이 아닌 코팅 젓가락)
일본인은 숟가락을 거의 쓰지 않는다. 국물을 마실 때면 들고 마신다. 한국과 일본 식습관 비교 시 자주 나오는 사례다. 한국인은 일본인을 보고 비렁뱅이 같다 하고, 일본인은 한국인 보고 개가 밥을 먹는 것 같다며 서로 비하를 하곤 한다. 사실 이건 문화의 차이지 서로 비하할 내용은 아니다. 레스토랑에서 나이프를 쓴다고 잔인하고 무섭다고 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한국 생활에 적응한 일본인 아내는 이제 부대찌개를 먹을 때면 숟가락으로 국물을 푹푹 떠서 밥에 비벼 숟가락으로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