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블로거의 소소한 즐거움
작가님들이 내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주다니!
내 블로그 포스팅의 대부분은 책 리뷰다. 책을 읽으며 관련된 글을 찾아보거나 내가 읽은 책의 다른 리뷰들을 찾아 읽다 보면 세상에는 책 좋아하는 사람, 책 많이 읽는 사람밖에 없는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블로그 이웃추가도 사정이 비슷하다 보니 자동으로 뜨는 이웃들의 새 글도 책과 관련된 글들이 대부분이라 사람들이 매일 책을 읽고 쓰고 있구나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서해문집의 김흥식 대표가 《책꽂이 분투기》에서 출판계의 양극화 양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책을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 두 종류로 나뉜다는 것의 실상은 이렇다. 이제 100만 권씩 나가는 책은 거의 없다. 그러니까 책을 소일거리로 여기는 독자는 사라졌다는 말이다. 그럼? 책을 읽는 것이야말로 호모 사피엔스로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라고 여기는 지성 신봉주의자와 "책을 왜 읽지? 돈이 되지도 않고 밥을 갖다 주지도 않는데"하며 책 읽는 행위를 시대에 뒤떨어진 먹물 근성으로 치부하는 첨단제품 신봉주의자라는 두 종류의 인간만이 남았다.(p.121)"라고 한 것처럼 대부분은 책을 즐겨 읽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저런 책 리뷰만 잔뜩인 내 블로그를 찾아오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나마 내 블로그에서 평균 이상의 조회수가 나오는 글들은 내가 방문하고 좋아서 올린 카페 후기들이다. 책 리뷰 중에는 최근 베스트셀러들이나 아마 학교 과제로 찾는 게 아닐까 싶은 카프카의 <변신> 같은 작품이다. 품앗이하듯 좋아요를 눌러 주시는 고정적인 이웃 몇 분을 제외하고 검색어를 입력해서 내 블로그까지 오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검색 잘되는 글의 제목 붙이는 요령이나 블로그 글쓰기 스킬들을 교육하는 시장이 형성된 것 같다. 책 읽기가 대중성을 잃어서인지 책과 관련된 블로그나 유튜브가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도 몇몇을 제외하고는 흔치 않은 것 같다.
독서 리뷰를 올리면서 그 책의 작가가 내 글을 읽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첫 방문 작가는 처음으로 그림책 육아서를 쓴 분이었다. 사실 그분은 내게 자신의 책 출간 소식을 알려주셨다. 축하 인사를 전하고 읽어보겠다 하고선 꽤 시간이 지난 뒤 더 미루면 안 되겠단 맘으로 책을 읽고 리뷰를 올렸다. 출간하고 상당한 시간이 흐른 터라 크게 의식하지 않고 느낀 점을 솔직히 썼는데 다음날인가 댓글이 달렸다. 책의 작가라며 정성 가득한 리뷰가 고맙다는 인사였다. 나도 댓글로 이름을 밝히고 인사를 건넸다. 이때 생각한 것이 작가들, 특히 초보 작가들은 자기 책에 대한 리뷰들을 열심히 찾아보는가 보다는 거였다. 조용한 내 블로그까지 찾아온 걸 보면 말이다.
다음으로 내 리뷰를 읽고 '좋아요'를 눌러 준 분이 김동식 작가님이었다. 《회색 인간》에 대한 리뷰였는데 이 때는 '아! 꽤 알려진 분들도 자기 작품에 대한 리뷰들을 찾아보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읽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데 '좋아요'로 흔적을 남긴 그분의 소탈함과 따뜻함에 기분이 좋아서 김동식 작가에게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최근에 《월든》을 맘먹고 읽기로 작정하고 꼼꼼히 읽으며 발췌와 단상을 꾸준히 올렸다. 10장에 대한 리뷰를 올린 날 번역하신 분이 직접 댓글을 달아주셨다. 즐겁게, 제대로 읽어주어 고맙다는 말씀과 소로도 나 같은 독자가 있다는 걸 알면 기뻐할 거라는 간지러운 듯하면서도 내겐 진심으로 느껴지는 댓글에 정말 즐거웠다. 정말 열심히 읽고 있었기에 알아주는 사람이, 그것도 번역하신 분이 알아주신다는 것이 감동이었다. 우리나라 출판계에서 가장 뛰어난 번역가로 인정받고 계신 분에게 인정받은 느낌! 물론 이후의 독서는 더욱 즐거웠다.
독후 포스팅은 읽고 나서 그냥 휘발되지 않고 좀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난 뒤에라도 내 독서의 기록을 다시 볼 수 있다는 데 근본적인 목적이 있다. 그 외에도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있어 가끔은 힘들고 지겹다 싶기도 한 독서 리뷰를 계속 쓰게 된다. "내가 정성껏 쓴 걸 작가님도 알아봐 주네~ 참 잘했어!" 스스로를 칭찬하며 에너지를 얻는다.
행복은 빈도가 중요하다고 한다.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더 많이, 더 자주 찾아와 주면 좋겠다. 나의 행복이 한 스푼 정도는 더 늘어날 것이다. 물론 내가 쓴 책의 리뷰를 찾아 댓글을 다는 작가가 되면 훨씬 좋을 테지만 말이다. 행복이 한 바가지쯤 늘어날래나~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