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가 날 챙겨주니

by 나공

올 6월은 뜻하지 않게 서늘한 날들이 많다. 30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이 왔는가 싶으면 어느새 다시 선득선득한 날씨로 돌아가버리곤 한다. 침대 속 전기요를 올해는 유난히 늦게 정리했건만 아직도 어떤 날엔 '괜히 치웠나? 좀 더 둘 걸 그랬어~' 구시렁거리며 잠자리에 들곤 한다.


오늘 아침엔 비까지 내려 한결 서늘하고 축축하다. 비가 내리기 전 거실 창 너머 잔뜩 흐려있는 산을 바라보며 숲이 두터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햇빛과 비를 맞으며 나무들이 울창해지면서 산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오늘 이 비가 내리고 나면 더욱 깊어진 산을 보게 될 것이다. 휑하게 속을 다 들여다 보여 주던 산이 이젠 그 끝을 알 수 없게 깊어져 온통 푸르기만 하다. 봄의 다채롭던 초록빛들이 이젠 엇비슷한 진초록으로 통일되어 간다. 저렇게 푸르다푸르다 못해 누르스름해질 때까지 색을 맞춰가며 숲은, 산은 깊고 무거워져 갈 것이다.


메마를 대로 메말라 이끼로 범벅을 이루며 겨우 겨우 흘러가는 개울물들도 오늘 이 비로 기운을 차리고 맑고 힘차게 흘러내렸으면 좋겠다. 이 땅 여기저기, 산불뿐만 아니라 도심 속에서도 인간의 욕심으로 불이 사람들을 삼켜버리는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 뉴스를 봐도 신나고 따뜻한 이야기라고는 들을 수 없어 세상 소식에 귀닫고 눈감고 싶다. 이 비로 모든 불길들이 잡히고 불같이 일어나는 분노와 악의, 어이없는 실수들이 차분하게 가라앉았으면 하고 바래본다. 정신차려야 할 사람들은 번쩍 정신차리고, 씻어내야 할 것은 깨끗이 씻어내고, 채워야 할 곳은 그득히 채웠으면 좋겠다.


일기장이나 블로그에 몇 글자 끄적거리면 될 이야기를 굳이 브런치에 와서 쓰고 있는 스스로가 조금 부끄럽다. 요즘은 블로그에 책 리뷰 쓰는 것도 휴업 중인 상태다. 4월부터 예정에 없던 수업을 8주간 주 1회 진행했다. 사실 대단히 바쁠 일은 아니었는데 너무 평안한 일상을 보냈던 건지 괜스레 바쁜 맘에 읽는 일도, 정리하는 일도 쉽지가 않다. 겨우 읽으면서 책에 잔뜩 붙여둔 포스트잇을 타이핑하는 일만 이어가고 있었다.


오늘 아침 "작가님의 글을 못 본 지 무려.. 150일이 넘었어요ㅠ-ㅠ 작가님 글이 그립네요.. 오랜만에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글을 보여주시겠어요?" 하는 브런치의 하소연(?)에 일단 발이라도 살짝 담가보자는 마음으로 소소한 글을 남겨본다. 프로그래밍되어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나를 그리워해 주는 이(?)가 있다는 게 문득 감격스러워 그냥 넘길 수가 없다. 브런치, 챙겨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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