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찾아서

취미 아닌 취향 만들기 프로젝트

by 나공

<<아무튼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30대인 저자들의 확고한 취향에 놀라움 반 부러움 반이다. 이 나이 먹도록 난 뭐했길래 '내 취향은~~~'이라고 당당히 내세울 거리가 없는 건지 의기소침해지기도 했다. 그들의 모든 취향을 다 따라 하고 싶은 맘이 드는 건 아니지만 그들처럼 난 이런 걸 좋아하고, 즐기는, 이런 사람이야 라고 말하고 싶었다.


몇 년부터 본격적으로 독서를 시작했다. 일 년에 100권 정도의 책을 읽었다. 읽기만 하면 휘발되어 버려 시간이 좀 지나면 읽었다는 기억만 남는 경우가 많았다. 발췌하거나 정리한 내용을 기록하면서 읽는 편인데도 단순히 옮겨 적는 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왜 읽는 건지, 시간 때우기? 자기만족인가?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한 번은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을 아주 공감하며 읽었는데, 다 읽고 나서야 읽었던 책이었음을 깨달았다. 어이없는 내 모습에 독서의 기록을, 나의 해석을 담아보자는 맘으로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전까지 내게 블로그는 정보만 찾던 곳이었다. 나는 그저 둘러보고 도움을 받는 손님일 뿐이었다.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둘러본 블로그 세계에는 다양한 사람들과 삶이 있었다. 그 속에서 취향이 돋보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를 돌아보니 그저 의무를 지키느라 급급하게 살아왔던 것 같다. 여유를 만들 여유를 갖지 못했다. 그래서 취향을 모르나..... 취향은 여유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취향이란 무엇일까? 취향과 성향, 취향과 취미는 어떻게 다를까?

성향의 사전적 의미는 '성질에 따른 경향'이라고 한다. 성질과 관련이 있고 보니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흘러가는 느낌을 준다. 기질처럼 타고난다고 해도 무방하다.

취향은 성향에 비해 후천적, 문화적 경향이 강하다.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할까. 노력이나 투자를 통해 키워나가야 하는 것인 것 같다. 누구나 성향은 드러나지만 누구나 취향을 갖고 있지는 않다. 사전에서는 취향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으로 풀이하고 있다. 성향은 타고나지만 취향은 경험을 통해 생겨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슷한 단어로 취미가 떠오르는데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사전에서 그 뜻을 찾아보니 취미에는 예상보다 많은 뜻이 있었다. 취미는 세 가지 뜻이 있다. 첫째,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둘째,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 셋째, 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기는 멋. 뜻이 비슷한 단어로 관심, 심미안이 있다고 한다. 아름다움, 감흥을 느끼는 일을 일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하는 것을 취미라고 한다고 정리하면 될 듯하다. 결국 자기도 모르게 이끌리는 성향,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인 취향에 따라 즐기는 일이 취미라 생각된다. 내 나름의 사전을 만들어본다면 "취미는 성향이나 취향에 따라 하는 일."이라고 정의해 본다.


취향과 함께 따라오는 단어로 안목이 있다. 멋진 취향을 가진 사람은 안목이 뛰어나다. 안목은 사전적으로는'사물을 보고 분별하는 견식(견문과 학식)'이라고 풀이되는데 취미와 비슷하다. 사전에서도 취미, 눈 등이 유의어로 등장한다. 취미를 묻고 답하는 일이 구태의연해지면서 취미라는 말이 안목에 비해 뒤쳐지는 단어로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보기, 책 읽기, 운동하기 같은 다소 뻔한 취미들에 대한 대화들이 오래되었기 때문인지 내게는 '취미를 갖고 싶다'는 말보다는 '안목을 갖고 싶다'는 말이 근사하게 들린다. 나는 안목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뛰어난 안목으로 취향을 만들어가고 싶다.


성향, 취향, 취미, 안목... 무엇이 됐든 결국 가지고 싶은 건 만족스러운 삶일 것이다. 내 성향에 맞는 취향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안목과 취미 생활. 이렇게 비슷하지만 약간씩 다른 단어들의 적절한 조합이 삶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칵테일, 향수 등이 제 맛과 향을 내기 위해서 디테일한 배합의 조절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림은 위로다>>에서 작가 이소영은 "취향이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유난히 좋아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고, 무엇에 있어서만큼은 확고한 주관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p.108) "라고 썼다. 또한 "사치와 취향은 종이 한 장 차이이다. 내가 열심히 번 돈을 나만의 취향을 위해 쓰는 것이 행복하고 설렌다면 그것은 사치가 아니라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이다.(p.109)"라고 주장한다. 취향에 대한 선언 같기도 한 당당함이 멋지게 다가왔다.


취향 찾기란 결국 자신을, 자신의 삶을 찾는 게 아닐까. 자신이 살아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걸어갈 길을 묻는 과정, 지금까지 찍어낸 발자취를 바라보며 그 끝이 어디로 향할지를 정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색깔일 수도 향기일 수도 있는 '나다움'을 찾아내면 당당히 취향을 드러낼 수, 아니 저절로 취향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취향이 인생을 묻는 일이라면, 나만의 <<아무튼....>>을 쓸 수 있는 취향 찾기는 늘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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