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이후 거의 모든 루틴들이 깨져버렸다. 내가 루틴이라고 부르는 행위들은 대부분 매우 긍정적인 것들이다. 내게 아주 유익한 행위들이다. 아침에 눈뜨면 자리에 누운 채 10~15분간 스트레칭 하기, 매일 몸무게 재기, 필사하기, 블로그에 독서 리뷰 올리기 등 나의 몸과 정신을 건강하게 하는 루틴들이 일상을 채우고 있었다. 자신을 돌아보고 했고, 내가 꽤 의미 있게 살고 있다는 흐뭇함을 주었다.
6월 27일, 11개월가량 이어오던 영어 필사를 멈췄다. 지금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이유였는데, 아마도 11개월을 했지만 내 영어 실력에 큰 발전이 없다는 뒤늦은 깨달음... 그보단 11개월 동안 제대로가 아니라 미련하게 팔운동을 했던 자신에 대한 한심함이 멈추게 했다.
7월 1일, 13개월 넘게 해왔던 <<명상록>> 필사가 끝났다. 마지막 장까지 마무리지었고, 다른 책의 필사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앞선 <<논어>> 필사부터 자리 잡았던 3년 넘은 필사 습관이 사라졌다. 당연히 계속 필사를 할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어떤 계기가 생기지 않으면서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갔다. 벌써 6개월째 노트를 펼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1월부터 9월까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아침마다 몸무게를 재고 기록하던 습관도 10월부터는 감감... 다시 들여다보니 어느새 12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 거지? 되돌아보니 9월부터 맡게 된 도서관 강의에 대한 부담과 준비를 핑계로 일상의 소소한 습관들마저 놓아버렸다. 그리 긴 시간이나 노력을 요하는 게 아닌 행위들인데 괜스레 부담스럽고 바쁘다는 생각에 하나 둘... 하루 이틀... 흘러가다 보니 어느새 오랜 시간 차곡차곡 쌓았던 습관들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쌓기는 어려운데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일상의 소소한 루틴들이 몸과 정신에 이롭고, 내 삶을 알차게 채워나갈 수 있다는 것과 함께 내가 깨달은 또 하나 중요한 가르침은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낫고, 늦게라고 하면 되고, 중간에 어그러졌다 해도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것. 쭉 하면 더 좋겠지만 끊어졌다 해서 포기하거나 그냥 놓아버리는 것보다는 다시 시작하면 어느 순간 긴 릴레이에서 중간의 끊어짐은 흐릿해질 거라는 걸 알고 있다.
굳어진 몸도 이제부터 스트레칭을 계속해나가다 보면 다시 유연 해지는 날이 올 테고, 몸무게야 두어 달쯤 안 쟀으면 어때? 지금부터 다시 재고 기록하면 되는 거지. 필사든 글쓰기든 마음속에 쓰고자 하는 갈증이 있고, 쓸 수 있는 공간들은 이미 마련되어 있으니 무슨 걱정! 언제든 내가 움직이는 그 순간, 나의 행동만이 필요할 뿐이다.
1월 초가 아니라 12월에 이런 생각을 하고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참 멋지다! 12월이니 새해가 되면 시작하자라고 미루지 않으니 얼마나 기특한지^^ 2022년이 16일이나 남았다. 하루에 한 번 한다 해도 16번 습관을 쌓을 시간이 있다 생각하니 아직 많은 기회가 있는 느낌이 들어 든든하다. 22년을 충만하게 채우고 마무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든다. 약해지지 않기 위해 지금, 기록으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