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움에 대해

새해가 주는 가벼움

by 나공

2020년 5월에 한 번 도전이나 해보자 했던 브런치 작가 신청이 단번에 받아져서 얼결에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었다. 실력 없이 운 좋게 합격한 사람들이 적응하지 못하는 것처럼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는데 쓸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몇 개월, 9월이 되어서야 용기를 내어 글을 올렸다. 그렇게 7개의 글을 올렸지만 어느 순간 글쓰기를 딱 멈췄다. 작년에는 단 한 편도 올리지 않았다.


그동안 블로그에는 계속 책 리뷰나 이런저런 정보들을 소개하는 글을 쓰고 있었다. 내게는 브런치에 글쓰기가 참 무겁게 느껴진다. 잘 써야 할 것 같고, 주제도 분명해야 할 것 같고, 당장이라도 출간할 수 있을 법한 수준의 글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어느새 내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그저 브런치가 내게는 그런 공간이다.


새해가 되어 일기나 필사를 하며 2022년 1월 1일, 2022년 1월 2일 ... 이렇게 날짜를 적으며 문득 느꼈다. 연초에는 날짜의 느낌이 참 가볍구나! 1...1...1...2...1...3... 참 가볍게 느껴지는 숫자들이다. 그래서 새해가 되면 쉽게 새 맘이 먹어지나 보다. 그냥 새롭게 다시 시작해도 될 것 같다는 가뿐한 마음이 생긴다. 12월 31일과 1월 1일은 물리적으로 보면 그냥 어제와 오늘, 크게 다르지 않은 날들이다. 갑자기 봄바람이 불어오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갑자기 가벼워져서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적어나가게 된다.


'좀 가벼워져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브런치에 글쓰기는 것도 그냥 가볍게 생각해보자 맘먹었다. 그냥 편하게, 어깨 힘 빼고, 뭐 대단한 걸 쓸 필요도, 쓸 수도 없으니까, 쓰고 싶은 걸 쓰면 되고, 짧게도 괜찮다고 누구에게라도 듣고 싶은 얘기를 스스로에게 건넨다. 아무도 주지 않은 부담을 혼자 짊어지고 있었으니 내려놓는 것도 스스로 하면 될 일이다.


'가볍다', '무겁다'라는 단어들을 떠올려본다.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무게감일 수도 있고, 맘에 다가오는 무게감일 수도 있다. '부담감'과 통하는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무게든 내가 얼마나 부담을 가지는가에 따라 그 무게감은 전혀 다를 수 있다. 부담감을 버리면 무게감이 줄어들 것이다. 물론 개인차가 크다.





무게감 - 물건 따위가 무거운 느낌.

부담감 - 어떠한 의무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느낌.





나는 그동안 '가벼운' 암에 두 번 걸렸다. 암이 가벼울 수 없지만 병원에 있으면서, 병원을 다니면서 정말 힘든 분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나는 늘 '난 운이 좋았다!', '난 참 가볍게 지나갔다.'라고 말해왔다. 암 진단을 두 번 받았지만 한 번도 전이가 없었고, 항암을 하지 않았으니 '가벼웠다.' 처음보다 두 번째 좀 더 무거워졌지만 그래도 가벼웠다. 내가 객관적으로 가벼운 암에 걸린 것이기도 하지만 주관적으로 내가 가볍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일어나는 사건들은 당신이 행복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한다. 그것은 단지 사건들일뿐이다. 행복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당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 <<상처받지 않는 영혼>>(마이클 A. 싱어), 235쪽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난다면 그건 여러분의 선택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 일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그건 오로지 여러분의 선택이다." -<<내 인생 나를 위해서만>>(라인하르트 K. 슈프렝어), 35쪽


암에 대해 가볍다고 말하면서 브런치에 글 쓰는 건 너무 무거운 일이라니, 참 우습다. 그래서 오늘 가벼운 마음으로 글 하나를 써서 올리기로 했다. 새해의 가벼움이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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