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알고리즘에 당하지 않을래!

유튜브가 보여주는 세상에 속지 말자

by 나공

원래 볼 생각이 있던 것도 아닌데 희한하게 유튜브에 접속만 하면 이것저것 이어서 보게 된다. 자극적인 제목의 썸네일 때문이기도 하지만 용케도 대부분 나의 관심사, 내가 궁금해하는 영상들이 떠있으니 안 볼 수가 없다.


작년부터 책 읽기에 집중하면서 겨울 서점, 공백 등 북 튜버들의 영상을 종종 봤다. 올 들어서는 주식투자 붐이 일면서 경제 공부도 할 겸, 재테크 정보도 쌓을 겸 삼프로 TV를 챙겨 봤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말솜씨와 털털한 매력이 있는 김미경 TV도 종종 보고, 핫한 유튜버 신사임당도 보곤 했다. 요가를 매일 조금이라도 하려고 요가은 채널도 구독했다.


내가 필요한 정보를 정성스레 알려주니 그 정성이 고마웠다. 어떤 분들은 감사의 마음을 돈을 쏘는 걸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진 못하더라도 감사의 보답으로 구독이나 좋아요를 누르는 정도는 해야겠다 생각했다. 이렇게 구독하거나 시청한 영상이 있으면 다음번에는 유튜브가 귀신처럼 비슷한 성격의 영상들을 엄청 띄워준다.


얼마 전 퇴직 신청을 해놓고 불안한 맘도 들고 퇴직이나 은퇴하신 분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어떤 고민을 하는지 궁금해서 유튜브로 은퇴 관련 영상들을 몇 편 봤다. 이후로 유튜브에 들어갔더니 온통 노후, 은퇴, 파산... 관련 영상들로 도배되어 있다.


노후 파산..후덜덜... 무서운 영상이 이어진다.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우울해지고 미래가 암울하기만 하다.

유튜브 알고리즘의 농간이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요즘은 네이버, 쿠팡 등 어떤 플랫폼이든 한 번 검색하고 나면 그다음부턴 계속 비슷한 상품이나 주제가 이어진다. 뉴스도 각 개인마다 달리 제공된다. 처음엔 내가 나의 취향을 보여주지만 언젠가부터 플랫폼이 나에게 내 취향을 보여주는 매직이 일어난다. 내 세계가 좁아진다. 보여주는 세계 속에 갇혀버린다.


이걸 벗어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유튜브를 속이기로 결심했다. 유튜브가 나의 취향을 모르도록! 내 취향을 헷갈려하도록! 검색창에 내가 관심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키워드를 넣는다. 진보와 보수가 뒤섞이는 키워드, 연령을 짐작하기 어려운 넓은 스펙트럼의 주제들. 클래식과 대중가요, 트로트와 아이돌 음악, 할리우드 영화와 예술 영화, 장혜영 의원과 홍준표 의원, 부동산 폭락론과 폭등론 등. 내가 잘 보지 않는 주제의 영상이나 잘 듣지 않는 음악들을 검색해 본다. 유튜브에 들어가니 중구난방의 영상들이 떠있다. 드디어 속이는데 성공? 그런데 재미가 없다. 클릭해 볼 맘이 생기지 않는다. 결국 관심 가는 몇몇 영상들을 본다. 다시 유튜브의 알고리즘 속으로... ㅠ


균형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마침내 내가 찾은 방법은... 신문 읽기다.


한때 신문은 정치적 성향이나 세상을 보는 시각이 한쪽으로 치우쳐있고 사람들을 모두 같은 견해에 노출하는 대표적 매체였다. 그래서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고 싶으면 인터넷을 참고해야 했다. 그런데 인터넷이 너무 발달하다 보니 이젠 내가 보고 싶은 것, 내가 좋아할 것 같은 소식만 전해준다. 그러다 보니 그 편향된 시각의 종이 신문이 오히려 세상을 균형 있게 보여준다는 생각이 든다. 최소한 이 정도는 꼭 알아야 하는 소식들, 꺼려지더라도 정말 중요한 주제들은 신문이 다룬다.


여유만 된다면 성향이 완전 다른 두 종류의 신문을 읽으면 좋다. 같은 주제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서 다양한 면을 파악할 수 있다. 장단점을 전혀 다른 입장으로 접근하는 것이 신기하고 재밌다.


나는 지난 3월부터 종이 신문 두 종류를 받아보고 있다. 한겨레와 매일경제신문이다. 매일 읽지 못하기도 하고 제목만 읽는 날이 많지만 세상 돌아가는 큰 흐름을 놓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코로나로 사람들과 교류가 드물고 주로 인터넷으로 세상 소식을 듣는 요즘 내가 아는, 내가 관심 있는 것만 보고 듣지 않아서 다행으로 생각한다. 꼭 종이 신문이 아니라도 인터넷에서 신문 구독을 설정해두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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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 내가 만들어가고 싶다. 어떤 알고리즘에 의해 끌려다니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조차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난 알고리즘에 당하지 않기 위해 오늘도 종이 신문을 넘겨본다. 휘리릭... 바스락... 넘어가는 소리가 참 인간적이란 느낌은 나만의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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