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말입니다.

내가 나를 새장 속에 가둬뒀음을, 이제는 그 문을 열어볼 때.

by 혜주글

언제부터였을까.


기억을 더듬어 보면 스물셋 혹은 넷쯤 되었을 때였을 것이다.


이름 나이 직업을 적어내야 하는 빈칸 앞에서 애꿎은 볼펜만 만지작 거리며 한참을 서성였던 그때일 것이다.


'무언가가 되어야만 한다'하는 생각이 나를 살게 한 것 말이다. 아 물론 그 마음이 그 욕망이 잘못되었다 여기지 않는다 역시나 지금 마저도 말이다. 하나 그때의 나에겐 그 말이 나를 살게 하는 동력이 되어줬다면..


동력을 통해 한참 달리다 멈추어 또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도 알았어야만 했다. 지금 나에게 그 말은 나를 아니 이 생각을 인지하기 전까지의 '나'를 내가 지금껏 살아온 세상을 새장 삼아 그 안에 스스로를 가둬둔 이유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10년 차 만년 아이돌 연습생이 싫어서, 연습생 민혜주를 떨쳐내었다. 인간 민혜주 그냥 사람 민혜주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따라 작가가 되었고, 카페를 차리고 싶어 카페사장이 되었고, 그렇게 수많은 수식어가 생겼다.


나를 소개하는 수식어일 뿐, 나를 정의하는 것이 아님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 정의되는 언어로 나를 판단한 건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나는 마음먹었다.


어디로 뛸지 탐색하고, 충분히 쉬어가고, 뛸 준비를 해보고, 가볍게 걸어보고, 그렇게 페이스를 찾아보고, 뛰어보자고 말이다. 종착지가 있는 달리기가 아닌 삶은 그저 잠시 산책하러 여행하러 온 감사한 잠시일 뿐이라고 믿기로.


나는 그 잠시뿐인 내 삶을 조금 더 사랑으로 사람으로 누리고 싶다.


나는 이제 '어떠한 내가 되기 위한 삶' 보다 '어떤 삶이 더 다채롭게 있는지 여정을 거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