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짧은 글 - 39일 차
전 빠르게 아이디어를 뽑아내고 기획안으로 정리하고 추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일을 시작했다가 갑자기 내려온 일에 대해 검색하고, 그러다 생각난 다른 업무 메일을 쓰다가, 또 다른 회의자료를 준비하는 통에 스스로의 머릿속과 업무 스케줄은 난리가 나는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그래도 일은 마감과 보고 일정에 맞춰 진행하고 찔끔찔끔 (정신이 들 때마다) 해놓은 덕분에 의도치 않게 여러 번 검토를 하는 상황도 생깁니다.
하지만 개인의 삶은 조금 더 문제입니다. 설거지를 시작하다 음식물 쓰레기를 정리하고, 그러다 눈에 띈 행주를 세탁실로 가져다 놓다가 언제 가져다 놓았는지 모를 택배 박스를 뜯는 식이죠. 방에 갈 때 한 번에 휴대폰과 물컵과 일기장을 챙겨야지 해놓고 갑자기 거실에 놓인 화분에 물을 주기도 하고요. 그냥 뭔가 해야 할 것이 많고, 각자의 자리에서 그 역할에 맞게끔 되어있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조바심이 나곤 합니다. 친구들이 ”그거 성인 ADHD 아니야? “ 하던데, 거기까진 잘 모르겠어요. 우선 회사에서 아직까지 큰 문제없이 월급벌이를 하고 있으니 말이죠.
성인 ADHD로 의심받는 여러 문제는 번아웃과도 연결됩니다. 나조차도 몰랐던 인지적 피로와 정서적 고갈로 퇴근 후 집에 오면 녹초가 됩니다. ADHD인 사람은 번아웃이 일반인보다 3배에서 6배까지 더 높게 발생한다고 합니다. 왜냐면 뇌의 인지 처리 효율성이 떨어져 동일한 일을 하더라도 정신적인 에너지가 더 많이 소모되기 때문이죠. 집중력이 떨어지니 계획과 다르게 업무가 늦어지거나 완성되지 않은 산재한 일들로 스트레스는 커지고, 결국 모든 것을 회피하게 되는 데 또 하지 않는 자신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죠. 몸이 피로하고 무기력과 나태함에 내 안의 모든 것이 빠르게 고갈되는 것만 같습니다. 몇 주째 청소도, 빨래도 미루고 있는 저의 변명이기도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저의 강박입니다. 반복적으로 문서를 검토하고, 이메일 주소를 제대로 썼는지, 날짜가 틀린 건 아닌지 계속 불안해하며 반복하거든요. 기획서와 보고서는 완벽해야 하고(이건 내 얼굴이다!), 타인의 업무나 혹은 공동의 협업이 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냥 내가 다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해 업무 덤탱이를 맞기도 합니다. 대신해 줘서, 책임져줘서 고마워하는 동료들도 있지만(착한 사람 콤플렉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절 이용해 먹는 나쁜 이들도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럼에도 그렇게 안 하면 저의 불안도가 너무 커져 저도 절 감당할 수 없게 되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ADHD와 강박은 모두 전전두엽 기능 이상과 관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전전두엽아, 무슨 일이 있는 거니? 심각할 때는 (의사가 처방한) 약을 먹기도 하지만, 작업 중에는 꼭 잠시의 쉼을 가지고, 업무의 체크리스트를 점검하며 불필요한 행동을 자제하려고 노력합니다. 특히나 지금의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해서 이 글쓰기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무의미한 낙서나 드로잉, 주절주절 이야기도 전전두엽 활동을 감소시킨다고 하더라고요. 유산소 운동도 그렇게나 추천하던데, 아직은 퇴근 후 소파에 쓰러진 절 일으킬 힘이 없기에, 우선은 매일매일 짧은 글, 39일 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