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짧은 글 - 38일 차
오전 회의 시간에 팀리더가 팀의 변화를 또다시 설명합니다. 그가 이야기를 할 때마다 이야기는 생명을 얻어 계속 변화한다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겠죠. 남은 동료의 이동이나 새로운 멤버의 입사에 대해 업무나 일정을 물었지만 정해진 게 없다고 합니다. 이미 누가 오고 언제 이동 인사가 날지 모두가 알고 있는데, 그는 모르는 걸까요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있는 걸까요?
사실 그는 정보의 단절보다는 신뢰 없음에 더 가깝습니다. 언제나 부정확한, 또는 틀리는 내용으로 성급하게 공유하는 일이 잦아져 웬만해서는 내용을 걸러 듣거나 한 번 더 사실관계 체크를 하곤 했습니다. 상사가 그를 배척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사는 모든 것을 다 말했다고 하고, 팀리더는 모르고, 그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 그렇다고 제가 말해줄 수도 없는 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팀리더는 모르는, 팀으로 올 새로운 멤버들이 언제쯤 인사가 나는지, 지금 맡고 있는 업무는 마무리하고 이동할 수 있는지, 어떤 업무를 새로이 맡게 되는지 제게 묻습니다. 저 또한 아무것도 모릅니다. 상사가 짠 판이니까요. 현재 팀에서 어떤 업무를 하고 있고 어떤 역할이 필요한지, 그 멤버가 해당 직무를 지원했다거나 해본 경험이 있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듯합니다. 서툴지만 0에서 시작해 보라는, 팀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상사의 깊은 뜻이겠죠.
다들 초반에는 이 팀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 팀리더의 리더십을 문제 삼으며 격렬하게 거부했다고 합니다. 상사가 어떻게 말했는지는 모르나 팀리더의 퇴사를 알렸고, 그들도 이동을 받아들였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이 망해가는 팀에 와준 것은 고맙고 환영하지만, 한편으로는 잘해보자는 말이 쉬이 나오지 않습니다. 팀을 맡는다 한들 이제는 애정이 다 말라버려 기대하는 바도 없고, 이들을 이끌고 지킬 마음도 없거든요. 회사가 원하는 팔로워가 될지언정 팀원들을 힘들게 하고 싶진 않으니 또 제가 다 떠안겠죠. 그전에, 저도 저의 새로운 자리를 빨리 찾아가야 할 텐데요. 모두를 위해서 말이죠.
그럼에도 오늘도 팀리더의 기분을 맞추며 회의를 진행하고, 새로운 기획안을 만들고,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며 ‘제발 퇴근할 때까지 상사에게 메신저가 오지 않기를‘, ‘제발 팀리더가 쓸데없는 일을 미루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그렇게 매일매일 짧은 글, 38일 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