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보고 퇴사날짜를 정하라고요?

매일매일 짧은 글 - 40일 차

by Natasha

어리둥절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말만 무성하던 팀리더의 퇴사는 다음 주이고, 업무의 경험이 전혀 없는 팀원들의 이동은 내일 발표가 나고, 이상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대한 어리둥절함과 분노들이 제게 쏟아지고, 그래서 당장 인수인계를 받고 또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팀리더의 퇴사를 압박하며 빨리 나가라는 상사와 이렇게 쫓겨나는 모양새로는 절대 나갈 수 없는 팀리더의 줄다리기가 시작됐습니다. 모두 제게 그 기간을 정하라더군요.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네요. 언제까지 근무를 할 테니 그 안에 인수인계를 끝내겠다, 아니면 일정상 이때까지 출근하니 우선 페이퍼로 전달하되 다음 주에 하루 날을 잡아 정리해 주겠다, 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말이죠. 제 말에 따라 팀리더의 마지막 출근일이 정해지게 생겼습니다.


몇몇은 팀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사라진 것이 아니냐며, 오히려 잘됐다고 축하해 줬습니다. 해당 업무의 경험도 전혀 없고, 어떤 업무를 할지도 모른 채 꽂혀진 팀원들을 커버해야 할 저의 앞날이 빤히 보이는지 위로도 빼놓지 않더군요. 한편 팀을 떠났던 동료들은 분노했습니다. 이렇게 모두 뿔뿔이 흝어지기 전에, 이 팀이 이렇게 망하기 전에 해결되었어야 할 문제였다고 말이죠. 팀리더가 자신의 퇴사일에 대해 제게 책임을 미루고 있다며 화를 내니, 오히려 ‘이게 그렇게 화를 내야 하는 일인가 ‘ 싶더라고요. 어찌 되었던 우리 모두는 그를 견디기 힘들어했고, 그의 모욕적인 언사에 상처를 받았고, 이제는 메신저와 메일의 발신자에서 그의 이름만 봐도 기분이 나쁘고 가슴이 두근거렸던지라 아쉬움은 1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다 망쳐놓고 떠나는 것은 제가 원하던 그림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먼저 떠나려 했는데 말이죠.


언제나 원하는 대로 일해온 것은 아닙니다. 감사하게도 일 잘하고 성격 좋고 잘 맞는 동료들을 만나 퇴사하고도 매일 같이 메시지를 주고받고 정기적으로나 급 번개로 만나고는 있지만, 또 그렇지 않은 사람도 분명 존재하니까요. 이곳에서도 너무 좋은 팀 동료들과 함께 웃고 또 함께 짜증 내며 재밌게 일하면서 제가 많이 의지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새로이 이동하는 팀원들에게 고마우면서도 환영하기가 힘든 모순적인 마음이 듭니다. 그럼에도 전 이들의 업무를 어떻게 조정할지, 해본 적 없는 이 일의 담당자가 되게 하기 위해선 어떤 업무 훈련을 시켜야 할지, 이 팀의 방향성을 어떻게 잡고 일해야 할지 고민하겠죠. 떠날 때 떠나더라도, 주어진 일은 하기로 하고. 매일매일 짧은 글, 40일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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