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팔순을 앞둔 여자들의 삶은 얼마나 다를까
남다른 인생들
- 반팔순을 앞둔 여자들의 삶은 얼마나 다를까
삶을 비교할 순 없지만 내 삶이 구렁텅이에 빠진 듯 암울하다 느껴질 때면 왜 남들은 잘 살고 있는데 나만 이러는 걸까 자괴감이 들 때가 있다. 사실 모두가 다르게 사는 것뿐인데, 그들에게도 그들이 감당해야 할 고민과 삶의 짐이 있을 텐데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반팔순을 앞둔 여자의 삶은 얼마나 다를까?
A는 대학을 졸업하고 작은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1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남자친구도 끊임없이 사귀면서 여러 차례 이직도 했다. 부모님과 살고 있는 그는 두어 번 결혼 이야기도 나왔지만 아직 결혼 생각은 없는 것인지 대학원에 들어가고 자기 계발도 꾸준히 하고 있으며 현재 연애 중이다.
B는 대학을 졸업하고(마지막 학기였던가?) 어학연수를 떠났다. 그곳에서 인턴으로 일도 하며 자리를 잡는가 했으나 결국 한국에 돌아와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업무도 야근도 많았던 그는 두세 차례 이직을 하다 결국 프리랜서로 자리를 잡았다. 그 사이 꽤 오랫동안 연애를 한 친구와 결혼을 했고 현재 육아와 자택 근무를 병행하고 있다.
C는 대학을 다니다 학교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해 바로 사회인의 길을 걸었다. 학창 시절부터 아르바이트 경험이 많았던 그는 사람과 대면하는 직업을 가졌는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속으로 삭혔고 가끔씩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분노를 쏟아냈다. 형제가 많았던 그는 집에서 벗어나는 길을 결혼이라고 생각했고 여러 차례 소개팅 끝에 나이 차이가 좀 나고 무뚝뚝하지만 세심한 면이 있는 이와 결혼을 했고 현재 전업주부로 가정에 충실하다.
D는 학창 시절부터 사교적이고 활동적이었다. 졸업과 동시에 자신이 일하고 싶은 회사 대표에게 직접 연락해서 면접을 요구할 정도로 자신감도 넘쳤다. 그의 열정은 업무에서도 빛을 발했고 이직하는 곳마다 좋은 성과를 냈다. 그러다 일에 지쳐 탈출구를 찾던 중 취미생활로 참여한 동호회에서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 좀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고, 또다시 일에 지쳐 퇴사를 고민할 즘 육아휴직으로 잠시의 쉼을 가질 수 있었다.
E는 평범한 20대를 시작했으나 본인이 하고 싶은 공부가 아니라는 생각에 다시 새로운 학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학업을 잠시 멈추고 사회인이 되었다. 그는 (여러 스토리가 있지만) 한 직장에서 8년 정도 장기근속을 한 성실함을 갖고 있었다. 직장 내부의 문제로 퇴직을 하게 되었고 능력과 인연으로 이직에 성공했으나 자신과 맞지 않는 업무로 힘들어하고 있다. 부모님이 귀향을 하셔 독립된 공간에서 싱글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F는 20대의 첫발을 사회인으로 시작했다. 꽤 오랜 시간을 일하다 학생인 친구들이 부러웠고 남들보다는 조금 늦은 시작점으로 대학생활을 했다.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아 어학연수도 다녀왔고 학교도 잘 졸업했다. 다시금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나 근무 환경이 좋지 못해 일한 시간은 많으나 월급은 소박한 과정이 반복됐다. 회사의 사정이 어려워져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았고 지원사업에 선정돼 아카데미 교육을 받게 됐다. 현재 미혼으로 가족과 함께 살고 있고 큰 수입은 없이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6명의 삶을 모두 담아낼 순 없다. 그저 내가 알고 있는 표면의 이야기일 것이다. 누구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누구는 자신만의 일을 하고 있다. 결혼을 한 이도 있고 아직 가족과 살고 있거나 혼자 사는 이도 있다. 지금의 삶에 그럭저럭 만족한 이도 있을 것이고, 변화하지 않는 평범한 일상에 지친 이도 있을 것이고, 더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힘들어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의 지금은 항상 변한다. 이들에게 나는 어쩌면 자기의 일을 똑 부러지게 처리하고 항상 이직을 잘하며(이건 진짜 아닌데)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나 내성적이라고) 걱정 근심 모두 없는(내 속을 누가 알리오) 사람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도 내 몫의 고민이다.
현재의 나에게 이 정도면 괜찮다, 나도 잘 살고 있다, 고 해주어도 좋겠다. 통장에 얼마가 있어서, 회사에서 직급이 높아서, 주변인들이 나를 좋게 평가해서가 아니라 그냥 나의 오늘이라서, 그 또한 감사하다고 마음먹으면 좋겠다. 사람에게는 각자가 견딜 만큼의 인생이 주어진다고 한다. 그렇기에 온전히 내 인생에 집중해 아끼고 사랑했으면 한다. 쓰다 보니.... 너무 자기애 가득한 글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