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by 민정애

나의 첫 해외여행은 1989년에 했던 미국 여행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모를 것이다. 88 올림픽 전에는 해외여행이 금지되었었다는 사실을. 첫 여행 때 받았던 문화적 쇼크는 정말 대단했다. 광활한 대륙, 끝없이 펼쳐진 사막, 그 사막 위에 건설해 놓은 거대한 도시를 보며 우물 안 개구리란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절실히 깨달았었다. 그때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6학년 5학년이던 연년생 아이들에게 넓은 세계를 꼭 보여주리라고.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넓어지리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했던 그 여행을 계기로 아들 둘을 캐나다로 유학 보낼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아이들의 삶의 폭이 넓어졌음은 물론 지금은 손주들 까지도 그 영향을 받고 사는 것을 볼 때 여행이야말로 최고의 투자가 아닌가 새삼 느끼게 된다.


‘우리가 낯선 세계로의 떠남을 동경하는 것은 외부에 있는 어떤 것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함’ 이란 말이 실감 난다.


그 후 인도, 네팔, 스리랑카, 홍콩, 태국, 일본, 필리핀, 호주, 두바이, 캐나다 등을 여행하며 나 자신에게 더욱 가까워졌음은 물론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 내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할 때 내 주위의 모든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힘도 생긴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또 내가 그때 그 여행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이들에게 입시만을 위한 우리나라 교육에 그대로 방치했을 것이고 지금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았을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물론 어느 면에서는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지만 삶의 만족도나 가치관은 많은 차이가 날 것이란 내 생각은 맞는 것 같다.


60대 후반의 나의 요즘 마음은 같은 나이의 많은 사람들과 별 다를 게 없다. 갱년기 증상도 겪고 있고, 가끔 찾아오는 불면증이 나를 괴롭히기도 하고, 이유 없이 눈물이 흐를 때도 있고, 때로 삶이 버거울 때도 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지난날 행복했던 시간들을 떠 올릴 거리가 많고, 추억할 수 있는 아름다운 시간들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마음속의 앨범을 들추며 글감을 찾아 헤매는 나 자신이 대견하기도 하다. 나는 혼자 있어도 할 일이 많다. 도덕경 필사도 해야 하고, 글도 써야 하고, 피아노도 처야 하고, 노래도 해야 하고, 영어 공부도 해야 하고, 독서도 해야 하고, 운동도 해야 되니 하루해가 짧다. 배울 것 또한 많다. 이제까지 모르고 있는 것이 어찌 많은지 하나 알면 또 하나를 알고 싶고, 알고 싶은 것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다행히 인터넷이라는 가정교사가 항상 옆에 있으니 궁금증도 금방금방 해결이 되니 다행이다.


앞으로 나의 희망사항은 가족에게 짐이 되지 않는 삶을 살다가 그들이 나를 귀찮게 여기기 전에 슬며시 미소 지으며 내가 왔던 별로 돌아가는 여행길이 아름답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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