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에 온 지 벌써 한 달, 내일 이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것이다. 이 번 여행은 나의 예순한 번째 생일(환갑이라는 단어는 쓰기 싫다)을 기념해 주기 위해 두바이에 사는 아들 내외의 초청으로 이루어졌다. 주재원으로 나와 있는 아들 내외의 사는 모습을 가까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친지들은 주재원 아들 두었다고 부러워하지만 막상 와서 보니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업무에 시달리고 중동에서 아프리카까지 잦은 출장을 다녀야 하는 아들 모습이 그저 안쓰럽기만 하다. 다행히 상냥한 며느리가 내조를 잘하고 있고 영어를 할 수 있어서 외국인 학부형들과 정보도 나누며 아이들 학교생활까지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잘 돕고 있어 흐뭇했다. 며느리 말에 의하면 한국 회사의 주재원으로 나와 있는 회사원의 아내들은 남편들이 너무 바쁘게 일하기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도 종종 있다고 한다. 남편들이 고생하는 만큼 가족들은 좋은 환경에서 생활하는데 우울증 이라니 안타까웠다. 그 시간에 자아실현을 위해 시간을 보내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다.
두바이에 도착한 그날부터 여행을 시작했다.
투명한 비췻빛의 주메리아 비치,
우리나라에까지 7성급 호텔로 잘 알려진 버즈 알 아랍 호텔,
다양한 아랍 스타일의 수제품을 파는 메디나 수크를 둘러본 다음 멋진 야외 레스토랑에서의 점심식사,
두바이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었던 두바이 뮤지엄,
세계 최대 규모의 두바이 몰,
더운 나라에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던 스키 두바이,
외부는 스핑크스와 오벨리스크로 장식되어 있고 내부는 스테인드글라스로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 이집트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와피 몰.
남편과 둘이 아브라라고 불리는 아랍의 전통배를 타고 크릭을 건너서 갔던 향신료 시장, 금시장,
두바이의 옛날 모습을 볼 수 있고 아랍 전통의 수공예품이나 전통 도자기 기타 예술품들을 직접 만들고 있는 흡사 우리나라의 인사동을 연상케 했던 헤리티지 빌리지,
낙타를 타고 둘러보았던 두바이에서 가장 오래된 유목민의 마을이었던 바스타키아,
인도, 페르시아, 이집트, 중국, 안달루시아, 튀니지 등 여섯 나라의 특색을 고스란히 살려 꾸며진 중세의 여행가이자 탐험가였던 이븐 바투타의 이름을 따 만든 이븐 바투타 몰.
남편과 며느리 손자가 골프 치러 가는 데 따라나섰던 40도가 넘었던 날씨의 골프장 투어.
우리나라의 삼성중공업이 시공했다는 세계 최고의 높이(828m) 162층인 부르즈 칼리파의 124층에 있는 전망대에서 발전된 우리나라 기술에 자부심도 가져보고,
주변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분수쇼를 볼 수 있는 식당의 발코니에서 온 가족이 먹었던 이국의 저녁식사.
나의 생일날 온 가족이 함께 했던 인터콘티넨탈 호텔의 스테이크 하우스 TERRA FIRMA에서 아들의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게 만들었던 이름 모를 화려한 코스 음식들과 아들이 직접 피아니스트에게 신청해준 아들과 내가 같이 좋아했던 피아노 연주곡 빌리 조엘의 '피아노맨'을 들으며 행복했던 시간.
손녀의 유치원 친구들과 그의 부모들이 같이 참석했던 손녀의 생일 파티 이벤트.
아랍에밀레이트의 수도인 아부다비로의 1박 2일의 가족 여행 중 들렀던 세계 최대의 회교 사원인 그랜드 모스크,
로비는 물론 화장실 손잡이까지 금으로 만들어진 에미리트 호텔에서 금가루가 듬뿍 뿌려진 커피를 마셨던 즐거웠던 시간.
손자가 너무 좋아했던 페라리 월드.
4륜 구동 지프차를 타고 사막의 모래언덕을 오르내리며 경사가 심해 차가 금방이라도 뒤집어질 것 같은 스릴을 맛보며 아들 내외와 손자 손녀와 같이 소리 지르며 했던 사막 투어.
광활한 사막을 순식간에 덮어버렸던 붉은 노을, 사막에 땅거미가 내려앉을 무렵 베두인 마을에 마련된 이벤트 장소에서 사막의 별을 보며 두바이 전통의상도 입어보고 전통 헤나 문신도 경험해보고 저녁을 먹으며 전통 공연도 보았던 사막 사파리.
바쁘게 지나온 한 달 그동안 수고해준 며느리가 그저 고맙고 좋은 경험 좋은 관광 두루두루 행복했지만 무엇보다 가슴 깊이 남는 것은 당연히 어린 손자 손녀들과 같이 보냈던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두바이에 도착했던 날 새벽에 도착하는 관계로 빨리 보고 싶은 손자 손녀가 공항에 마중을 나오지 못하고 아들 혼자 나왔었다. 집에 도착해 아직 깊은 새벽잠에 취해 있는 8살 손자의 귀에 대고 ‘지환아, 할머니 왔다’ 했더니 잠결에 나를 와락 끌어안는다. 그 살가움이 아직도 나를 짜릿하게 만든다.
손자 손녀에게 해주려고 배워두었던 나의 어설픈 구연동화를 재미있게 들어주었던 다시 못 올 시간들, 며느리와 함께 손자 손녀의 학부모 참관수업에 갔을 때 여러 나라 아이들과 어울려 영어로 하는 수업을 잘 따라 하는 아이들의 귀엽고도 대견한 모습, 거의 매일 저녁 손자와 같이 했던 수영장에서의 살가운 감촉은 영원히 나의 가슴에 남아 내가 마음으로 힘들 때나 외로울 때 나를 위로해 주는 힘이 될 것이다.
오늘로 나의 한 달간의 생일 파티는 끝이 난다. 끝은 새로운 시작,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 인생 2막의 장을 조심스럽게 맞이할 것이다.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