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했던 생일파티

by 민정애

정오쯤 전화벨이 울린다. 두바이에 사는 큰아들의 번호가 뜬다.

전화를 받자마자 손자 손녀가 함께 부르는 생일 축하 노래가 들려온다.

노래가 끝나고 며느리와 아들이 생일 축하 멘트를 전한다. 사실 나는 내 생일이 오늘인지 조차 알지 못했다. 하필 남편은 오늘 아침 동료들과 1박 2일로 야유회에 갔다.


작은 아들 내외도 깜빡한 것 같다 아직 소식이 없으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그까짓 생일 잊어버리면 어때 나 자신도 몰랐는데라고 위로하며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 교화원에 가서 공부 자리에 앉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마음을 다스리고 나를 위로하며 눈물을 닦았다.

공부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작은 아들한테 전화를 했다.

“세경아, 엄마 오늘 생일이다.” 했더니 미안한 웃음을 지으며 “엄마 미안해요, 깜빡했어요. 내일 갈게요.” 나는 아들 목소리를 듣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져 말을 잊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아들이 계속 전화를 건다. 오늘은 아무 말도 하기 싫으니 다음에 통화하자는 말을 남기고 또 전화를 끊었다. 아들이 줄줄이 사과 문자를 보낸다. 사실 사과할 문제도 아닌데 바쁘게 직장 생활하는 아들 내외가 엄마 생일 한 번 안 챙긴 것이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아무 일도 아니다.


나는 요즘 이상한 증상이 생겼다. 이성적으로는 나는 잘 살았어 이 정도면, 하며 만족하는데 수시로 저절로 눈물이 흐른다. 그동안 살아온 내가 대견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한 묘한 감정들이 눈물을 쏟게 한다. 한참을 그렇게 울었다. 울다 울다 집안을 둘러보니 집안이 엉망이다. 며칠 전 친정에서 가져온 밤, 감 등 정리할 것도 많고 싱크대에 설거지도 쌓여있다.


설거지라도 해야겠다 싶어 수돗물을 트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시계를 보니 11시다. 이 시간에 누구야 하며 문을 여니 작은 아들 내외가 케이크를 들고 서있다. 옆에는 유모차에서 잠을 자는 어린 손녀들이 있다.


“뭐하러 와 이 시간에” 민망하기도 하고 눈물로 범벅된 얼굴 보이기도 싫었다. 어쨌든 나의 이상한 행동으로 아들 내외가 늦은 시간에 출두하느라 고생했다. 아들은 그렇다 치고 며느리의 속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하니 어른으로서 할 행동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아들 가족이 돌아간 후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나의 요즘 마음이 왜 이럴까 30년이 넘게 수양을 한다고 한 사람이 지족 한 삶을 살지 못하는 이유가 뭔가. 답이 내려졌다. 위로받고 싶어서였다. 너 그동안 잘 살았어 수고했어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했던 거다.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바라는 마음에서 불평이 올라온다고 배웠지만 그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내 착함도 자연이 알아주고 내 원한도 자연이 풀어주며 만사 이치는 사필귀정 이니라”라는 법문의 말씀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본다. 애들한테 푸근한 엄마 손자한테 따듯한 할머니가 되려면 아직도 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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