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목요일

by 민정애

매주 목요일은 초등학교 1학년인 손녀 서윤이와 유치원생 서영이가 방과 후에 우리 집에 오는 날이다. 우리 부부는 목요일이 돌아오면 손녀들 맞을 준비를 한다. 우선 집안 청소를 평소보다 깨끗이 하고 마트에 들러 손녀들에게 해줄 요리 재료를 구입해 냉장고에 정리해 놓는다. 그다음 동화책을 뒤적여 이야기해줄 것을 읽어 놓은 다음 같이 할 놀이를 구상해 놓는다. 오늘 해줄 이야기로는 박완서 님의 동화에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찌랍디다”라는 제목의 이야기를 하나 골라 놓았다. “찌”는 “똥”의 옛말이다. 어린 새 신랑이 첫날 밤에 바지에 똥을 싼 이야기인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똥 이야기를 재미있어한다.


그다음 요즘 아이들이 하지 않는 고무줄놀이를 같이 해 볼 작정이다. 고무줄만큼 좋은 운동도 없는 것 같다. 우선 신체 운동이 될 것이고 노래를 하면서 해야 하니 재미도 있을 것 같다. 어릴 때의 기억을 더듬어 손녀들이 오기 전에 의자 다리에 고무줄을 묶어 놓고 혼자 연습을 해 보았다. ‘나가자 씩씩하게 대한 소년아..’ ‘무찌르자 오랑캐 몇 백만이냐..’ 등 50여 년 전에 했던 노래를 부르며 격세지감을 느꼈지만 그 동작과 노래 가사가 기억난다는 게 신기하기만 했다. 전후시대의 우리가 불렀던 노래를 그대로 할 수가 없어 요즘 아이들이 부르는 예쁜 가사의 노래로 바꾸어 연습해 두었다. 그러나 나이는 어쩔 수 없는지 숨이 헐떡여지고 다리가 떨어지지 않는다. 생각 같이 움직여 주지 않는 몸을 다독이며 소파에 누우니 어릴 때 여자 아이들의 고무줄을 끊고 달아나던 짓궂은 남학생들 생각에 미소가 절로 인다. 그렇게 미운 짓을 하던 그들도 지금은 대머리 할아버지가 되어 손주들의 재롱을 먹고살겠지.


오후 3시 아이들이 현관에 들어선다. 몇 년 만에 만나는 것 같은 상봉의 쎄레 머니를 한 다음 손녀들과의 즐거운 시간이 이어진다. 준비해 둔 이야기를 들려주니 까만 눈동자를 반짝이며 재미있게 듣는다. 같이 구운 초콜릿 케이크도 맛있게 먹는다. 처음 해 보는 고무줄놀이도 신기해하며 따라 한다. 귀여운 손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 아들, 며느리가 그저 고마울 뿐이다. 아이들이 크고 나면 이렇게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도 많지 않으리라 생각하면 오늘 같은 날이 얼마나 귀한 시간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할머니가 되고 보니 그야말로 세상은 아름다움 천지고 시간은 빨리 가고 1분 1초가 아쉽기만 하다. 사랑스러운 손녀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스티브 원더의 ‘Isn't she lovely’가 입가에 맴돈다.


'Isn't she lovely

Isn't she wonderful

Isn't she precious

Less than one minute old

I never thought through love we'd be

Making one as lovely as she

But isn't she lovely made from love'


노래 가사처럼 사랑으로 만들어진 우리 손녀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다.

퇴근한 아들이 아이들을 데리러 왔다. 아빠에게 매달려 뽀뽀 세례를 퍼붓는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그림이다. 아들과 집으로 돌아가려 현관을 나서는 아이들에게 ‘얘들아, 할머니 집에서 같이 자자’ 했더니 깜짝 놀라며 아빠 품으로 기어든다.

미안해, 얘들아. 아직은 엄마 아빠랑 같이 자야지. 할머니도 너의 마음 알고 있단다.

아이들과 함께 함박웃음을 웃는 것은 돈으로 따지면 2500만 원의 경제 효과가 있다는 말을 티브이에서 들은 적이 있다. 2500만 원을 무형의 통장에 넣고 오늘 밤은 기분 좋은 피로감을 안고 잠자리에 든다. 오늘은 노년기 불면증도 사라질 것 같다. 꿀잠을 잘 것 같은 행복한 마음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손녀들 오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