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가는 길, 파란 하늘에 하얀 새털구름이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린다. 높은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평안한 시간, 자연이 주는 벅찬 감동에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젊었을 때는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을 억지로 실천하려 해도 잘 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매사에 감사의 마음이 저절로 샘솟는 것을 보니 나이를 헛 먹지는 않았나 보다. 오늘은 다음 주 독서클럽에서 토론하기로 되어 있는 ‘역행자’라는 제목의 책을 빌리러 가는 길이다. 도서관의 검색대에서 검색을 하니 요즘 자기 계발서로 뜨는 책답게 이미 대출이 되어있고 예약자도 여러 명 밀려있다. 그냥 나오기 아쉬워 둘러보는데 ‘어른 공부’란 제목의 책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 어른다운 어른이 되려면 어른 수업을 받아야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그 책을 꺼낸다.
내가 속해 있는 독서클럽은 3,40대 젊은 친구들이어서 가끔은 인문 서적도 읽지만 주로 자기 계발서 위주로 읽고 있다. 물론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가려면 변화를 위해 자기 계발도 중요하지만 이제 내 나이쯤 되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참나(眞我)를 발견하기 위한 공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어제보다 더 똑똑한 나보다 어제보다 더 지혜로워지고, 나날이 더 너그러워지는 어른이 되려는 공부를 해야겠지 마음먹으며 그 책을 대여한다.
저자 양순자 님은 교도소의 종교위원으로 30년 동안 사형수를 상담한 상담가이다.
‘인생에도 계급장이 있다.’라는 제목의 프롤로그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나는 극도의 불안감과 절망 속에서 시들어 가는 사형수들을 보며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그들과 이별하면서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른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달았지. 한마디로 그들을 통해 어른이 된 거지. 어른이 되는 공부라는 건 특별하거나 거창한 게 아니야, 마냥 이등병으로 인생을 살 수는 없어. 상병 병장으로 진급하는 건 당연한 거고 그 계급에 어울리게 처신해야 돼. 병장이 이등병처럼 굴면 얼마나 꼴불견이겠어.”
도서관에서 프롤로그만 읽고 책을 대여해 집으로 돌아온다. 이 어른 수업을 받고 한 계급 오른 지혜롭고 너그러운 의젓한 어른이 되자 다짐한다. 다시 한번 높고 파란 하늘을 본다. 어느새 도둑처럼 성큼 다가온 나의 인생의 가을, (혹시 겨울이 온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가을이라 우기며) 초조함을 버리고 이 아름답고 풍성한 나의 가을을 만끽하리라, 다짐하며 심호흡을 한다. 참으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