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콘서트라는 멋진 이름의 모임이 있는 날이다. 나의 첫 장편 소설 ‘들꽃’을 전자 북으로 출간했는데 출판사에서 작가 5명과 독자들을 초청해 조촐한 대화의 장을 마련해 주었다.
내 나이에 북콘서트, 북키 토키라는 멋진 타이틀의 모임에 한 발 들여놓을 수 있는 자신이 대견해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참석했다.
장소는 사진으로 유명한 신미식 작가가 운영하는 마다가스카르라는 분위기 있는 카페이다. 작가가 80여 개국을 여행하며 직접 찍은 사진들과 책으로 장식된 카페의 분위기가 북 콘서트라는 출판 기념회와 잘 어울렸다. 오늘 우리가 나눌 이야기의 주제는 ‘겨울, 봄을 말하다’이다. 어려운 현실이지만 희망을 말하라는 뜻인 것 같다. 현장에 도착하니 오랜만에 만나는 젊은 작가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나는 순간 ‘나는 성공한 사람이야’라는 생각을 하며 혼자 만족한 미소를 지어 본다. 60이 넘은 나이에 젊은 작가들과 공식적인 자리에 같이 참석할 수 있다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하기 때문이다. 어떤 모임에서는 60이 넘은 나이가 주눅 들 때가 있다. 젊은이들의 대화가 낯설 때도 있고 그들이 하는 행동에 이질감을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마음은 떨쳐버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그들과 대화하고 싶다. 나이는 거저 먹는 것이 아니란 말을 흔히 한다. 젊은이들에게는 그들 나름의 발랄함과 열정이 있지만 우리는 그들이 도저히 가질 수 없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 열정도 가져 보았고 조바심도 내 보았고 욕심도 내 보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도 스스로 알게 되는 나이, 60이 넘으니 마음이 고요해진다. 나는 ‘마음이 고요하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리고 수시로 내 마음은 지금 고요한가?‘ 하고 점검해 본다.
오늘 다섯 명의 작가가 그들 나름의 다섯 개의 계절을 말한다. 젊은 작가들이 말하는 열정의 젊은 계절도 부럽지만 폭풍도 지나가고 풍랑도 피해 간 나의 계절이 나를 평화롭게 한다. 이제 그저 사랑만 할 것이다.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불편하듯 내 인생의 계절에도 맞는 옷이 있을 것이다. 계절에 맞는 옷을 입고 고요한 마음으로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싶다.
토마스 머튼이라는 신학자는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의 참된 기쁨은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고 ‘자기’라는 감옥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을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라는 감옥에서 빠져나오는 것 또한 용기일 것이다.
오늘 문득 나도 아직 ‘자기’라는 아집의 감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젊은 작가들에게 물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