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부산행 KTX에 몸을 싣는다. 창밖으로는 가을 끝자락의 들녘에 조용한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옆에 앉은 남편의 손을 가만히 잡아본다. 따스한 온기가 전해진다. 서로 마주 보며 멋쩍은 미소도 지어 본다. 오늘은 남편과 처음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강연을 하는 날이다. 60이 넘은 나이에 부부가 같은 뜻을 가지고 같은 방향을 보고 살아간다는 생각을 하니 지금까지 헛살진 않았구나, 여기까지 잘 왔다 그저 고맙다.라는 생각에 흐뭇해진다. 오늘 강연 대상자들은 기장군에 사는 취업을 원하는 여성들이다, 항상 혼자 강연을 했는데 이번에 강연 주최 측에서 부부가 같이 하는 강연을 원했기 때문이다. 부산역에 도착하니 비도 개이고 기온도 온화하다. 마중 나온 정대표와 광한 대교를 지나 해운대의 달맞이에 있는 체스 카페에 잠깐 들러 커피를 마셨다. 부산의 문화 예술인들이 정기적으로 문화행사를 하는 아트센터라고 한다. 1층은 커피숍이고 2, 3층은 갤러리인데 영화도 상영할 수 있도록 장치가 되어 있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항구도시의 아트센터에 앉아 차를 마시는 여유, 갑자기 우리 부부도 문화 예술인 자격이 된 것 같은 마음에 흐뭇해진다.
기장에 도착 점심을 먹고 기장군청 9층 강당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속속 모여든다. 아프리카에서는 노인이 한 사람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오랜 인생 역경을 통해 터득한 경험과 지혜가 그만큼 소중하다는 비유일 것이다.
처음 강사 일을 시작할 때는 내가 그동안 공부한 것이나 경험을 재미있는 말솜씨로 나를 나타내려 했었다. 그러나 내가 강연하며 깨달은 것은 나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고 대상자들의 마음을 알아주며 공감하고 위로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지식의 전달이 아닌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최고의 강연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늘도 겸손한 마음으로 나의 경험을 진솔하게 나누며 그들과 친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