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 소리에 눈을 비빈다. 새벽 세시다. 내가 감동 명강사 과정을 이수하고 처음 강의하러 가는 날이다. 샤워하고 평상시보다 정성 들여 화장을 했다. 어제는 둘째 며느리가 어머니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한다며 의상도 골라주고 금일봉도 전해 주었다. 외국에 사는 큰 며느리도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 부산행 KTX를 타러 서울역으로 향한다. 서울역까지 택시 타면 된다는 나를 굳이 남편이 태워 주겠단다. 온 가족이 나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해주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또 부산까지 혼자 가도 된다는 나를 오 대표는 굳이 에스코트한단다. 명분은 나를 에스코트한다지만 터칭 마이크 대표로서 나의 현장 강의 실력을 테스트하기 위함일 것이란 것은 나만의 추측일까. 아무튼 모두 고마운 사람들이다.
처음 책을 출간했던 때 독자와의 만남을 했었고 문화센터에서 강의를 한 경험은 있지만 감동 명강사로서 인문학 대중강연은 처음 하는 것이니 새로운 시작이다. 내 나이 예순둘, 남들 같으면 퇴직할 나이에 나는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 서울역에는 오 대표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저 고맙고 미안하다. 우선 나이 많은 나에게 공부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준 것이 고맙고 이른 새벽 부산까지 동행해 주기 위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온 것이 미안하다. 기차를 타고 내려가는데 대구쯤에서 인터넷을 보니 서울에는 첫눈이 내린다는 기사가 뜬다.
12월 1일 첫눈 오는 날 나는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늦은 나이에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내 안엔 끓어오르는 열정을 지닌 내가 있다. 나도 모른다. 내 앞날에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저 오면 받아들일 것이고 가면 가게 할 것이다. 로마의 대 철학자 에픽테투스의 말이 생각난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이 되어가기를 기대하지 말라. 일들이 일어나는 대로 받아들이라. 나쁜 것은 나쁜 것대로 오게 하고 좋은 것은 좋은 것대로 가게 하라. 그때 그대의 삶은 순조롭고 마음은 평화로울 것이다.”
오늘 내가 강의할 곳은 해운대에 위치한 장산 복지관, 오늘의 행사 이름은 ‘어른들을 위한 인문학 한마당’, 내가 강의할 제목은 ‘아름다운 노년의 삶’이다.
강당을 가득 메운 어른들의 눈이 반짝인다. 그들은 이미 아름다운 노년을 살고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