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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브레인

똑똑한 뇌 사용법

by 민정애

독서모임이 있는 날, 서둘러 집을 나선다.

아뿔싸 중간쯤에서 핸드폰을 집에 놓고 왔다는 걸 알았다. 되돌아가기는 그렇고 두 시간 정도 핸드폰이 없다고 큰일 날 일도 아니어서 그냥 가기로 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길 줄이야.

우리가 만나는 장소는 무인 스터디카페이다. 핸드폰에 전 날 리더가 보내준 카페 입장 코드가 있는데 핸드폰을 놓고 왔으니 들어갈 수가 없다. 한참을 문 앞에서 기다리니 학생하나가 코드를 찍고 들어가기에 다행이다 하며 따라 들어갔다. 그런데 또 우리가 예약한 방에 들어가려면 그 방의 고유코드가 또 필요했다. 안에 있는 회원에게 부탁해 열러 달라고 하면 되는데 전화번호가 모두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어 외우는 번호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다시 나와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해 남편에게 전화해서 핸드폰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한 시간이 흘렀다. 핸드폰을 안 가져온 건 내 잘못이지만 최첨단 시스템으로 되어있는 무인카페가 나는 싫다. 요즘은 가는 곳마다 키오스크(공공장소에 설치된 무인정보 단말기)가 설치되어 아날로그에 익숙한 나는 괜히 주눅이 든다. 물론 천천히 따라 하면 되는데 익숙지 않은 나는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면 더 긴장이 된다. 시대가 변했으니 적응해야 하는데 배웠다가도 며칠 후 다시 하려면 또 버벅댄다. 어쨌든 나이 든 사람이 적응하든 못하든 시대는 변했다. 오늘 일을 계기로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디지털이 아직 서투른 나도 어느새 스마트폰 안에서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한다. 은행 업무, 쇼핑, 독서, 글쓰기, 메일, 영어공부, 길 찾기 등. 물론 편리한 점도 많지만 부작용도 많다고 경고한다.


요즘 읽고 있는 책 ‘인스타브레인(저자;안데르스 한센)’에서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물질적인 측면에서 세상은 점점 좋아지는데 점점 많은 사람들이 불안을 느낀다. SNS로 많은 사람과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더 외로움을 느낀다. 우리를 둘러싼 여건은 점점 더 나아지고 있는데 기분은 점점 나빠지고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늘어난다. 정신과 의사 안데르스 한센이 이 문제에 대해 연구했다.

‘인류의 역사 중 99.9%에 해당하는 시간 동안 우리는 수렵채집인 이었다. 그러므로 우리 뇌는 그 생활방식에 맞게 진화를 했다. 하지만 급격하게 변화한 디지털 세상은 우리 뇌가 적응하기에 쉽지 않다. 변하지 않는 우리 안의 뿌리 깊은 욕구 즉 자고 싶은 욕구, 움직이고 싶은 욕구, 사람들과 관계 맺고 싶은 욕구, 이처럼 수렵채집인에게 중요한 욕구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데 디지털 세상에서는 이런 욕구들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욕구들을 무시하고는 도무지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단다.


현대 사회와 인류 역사의 진화 과정이 불일치하다. 어쩌면 이러한 불일치를 가속화시킨 것 중 하나가 바로 스마트폰인데 오늘날 성인의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평균 4시간이라고 한다. 물론 스마트폰의 장점도 있지만 기업들은 우리의 시간을 빼앗고 있고 더 많은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하여 우리의 본능을 자극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스마트폰을 반복적으로 사용할수록 우리 뇌의 알고리즘을 망가뜨리고 우울증 비율을 크게 높이며 지능도 낮추고 일에 대한 성과도 떨어뜨린다. 가장 큰 문제는 스마트폰을 보는 것만으로도 도파민을 충족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스마트폰이 손에 없으면 불안함을 느끼게 되는 지경까지 오게 되었다. 이것을 뇌과학적으로 풀어보면 배가 고플 때 누군가 식탁에 음식을 차려 놓으면 그 음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도파민 수치가 올라간다. 그러면 음식을 먹고 싶어 지는데 <바로 여기에 집중해>라고 말하는 것이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음식, 교류, 섹스, 등에서 수치가 높아지는데 휴대전화도 이 도파민 수치를 높인다. 그래서 문자메시지나 카톡이 오면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싶어지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된다. 도파민이 나오는 거다. 또 우리의 오래된 학습 결과 주변 환경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결과로 우리의 본능은 늘 새로운 정보를 찾아 헤매게 한다. 뇌에는 도파민을 생성하는 세포가 있는데 이 세포들은 오로지 새로운 것에만 반응한다. 익숙한 동네 길거리처럼 이미 알고 있는 것에는 반응하지 않다가 낯선 얼굴처럼 뭔가 새로운 것을 보면 갑자기 세포들이 활성화된다. 도파민 세포는 새로운 환경과 정보에 목말라하며 뇌는 새로운 것을 높게 평가한다는 뜻이다. 휴대전화로 전달되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우리가 갈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핸드폰을 만지는 동안 우리 뇌의 회로가 변하고 있다. 또 휴대폰이 우리의 시간을 훔쳐가는 주범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세계를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전 수칙인 저자가 말하는 똑똑한 뇌 사용법을 알아보다.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

1. 휴대전화 사용 시간을 체크해 보자. 휴대전화가 당신의 시간을 얼마나 빼앗고 있는지 확인하자.

2. 자명종 시계와 손목시계를 구입하자.

3. 하루에 1~2시간 정도 휴대전화를 끄자; 주변 사람들에게 매일 1~2시간씩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하자.

4. 푸시 알림을 꺼라.

5. 휴대전화를 흑백톤으로 설정하자.;색채가 없는 디스플레이는 도파민 분비량을 줄이며 도파민 분비량이 줄어들면 스크롤하려는 마음에도 영향을 미친다.

6. 운전할 때는 무음으로 바꾸자.


*직장에서

1. 집중력이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면 옆에 휴대전화를 두지 말고 다른 곳에 두자.

2. 문자나 메일을 확인하는 시간을 따로 정하자.

* 사람들과 어울릴 때

1. 친구들과 있을 때는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바꾸고 약간 떨어진 곳에 두자.

2. 휴대전화를 보는 행동은 전염성이 있다.

* 아이들을 위한 조언

1. 교실에 휴대전화를 가져가지 마라.

2. 스크린 타임을 제한하고 다른 활동을 하자.

* 자야 할 때

1. 자리에 눕기 전 최소 한 시간 전에는 휴대전화와 태블릿 혹은 이북 리더기를 끄자.

2. 아주 작은 이유로라도 수면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휴대전화를 침실에 두지 말자.

3. 눕기 직전에 업무 관련 메일을 확인하지 말자.

* 신체활동과 뇌

1. 모든 움직임은 뇌에 좋다. 그러나 심박수를 높이는 것이 가장 좋다.

2. 신체 활동을 통해 최대한 스트레스 수준을 낮추고 집중력을 강화하고 싶다면 숨이 차고 땀이 나도록 일주일에 세 번 45분씩 몸을 움직여라.

* SNS

1.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싶은 사람만 팔로우하자.

2. SNS를 소통도구로 여겨라.

3. 휴대전화에서 SNS를 제거하고 컴퓨터에서만 사용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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