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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

by 민정애

오늘도 나 자신에게 실망을 한다. 매주 목요일 오전에는 한국 무용을 배우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 수업이다. 문제는 도무지 순서가 외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순서는 저절로 외워졌고 어떻게 하면 동작을 바르고 멋지게 할까 노력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멋있게는커녕 동작의 순서조차 외워지지 않으니 나이가 이렇게 무서운 것이란 것을 실감한다. 요즘 들어 왜 이리 기억력이 떨어지는지 정말 이러다 치매에 걸리는 것이 아닌지, 아니 이미 치매가 시작된 건 아닌지 걱정된다. 특히 필수품인 돋보기를 매번 찾으며


‘정애야 너 정말 왜 이러니, 매번 똑같은 잘못을 하는 너 정말 구제불능이구나. 반성해라, 반성해’


이렇게 내가 나를 꾸짖으며 다음부터는 정해 놓은 위치에 꼭 놓는 습관을 지켜야지 다짐한다. 그러나 며칠 지나면 또 똑같이 돋보기를 찾아 헤맨다.

그뿐인가, 정수기 물을 받다가 넘치기 일쑤고 냄비도 자주 태운다. 또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계란찜을 하고 식탁에 내놓지 않고 식사를 마칠 때도 여러 번 있었다. 매일 먹는 혈압약은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기억이 없을 때도 있다. 그전에 쉽게 외웠던 팝송가사도 안 외워지고 영어 단어는 금방 시전을 찾고도 돌아서면 깜깜하다. 오늘 이 글을 쓰는 이후부터는 돋보기는 꼭 책상 위 정해진 위치에 놓을 예정이다. 요리할 때는 며칠 전에 후배가 선물한 타이머도 꼭 사용해야겠다.

어느 책에서 읽은 이야기이다.

프랑스의 유명한 요리 학교에 처음 들어가면 정해진 위치에 요리 도구 놓는 것부터 배운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요리할 때 동선도 짧아지고 시간도 절약된단다. 맞는 말이다. 나도 이 것만큼은 꼭 실천해야겠다.


그래도 아직 실망은 이르다.

지금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노력하자.

한국 무용도 일주일에 한 번 배우고 연습하지 않으니 순서 외워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젊었을 때와 같을 수는 없겠지만 매사에 정성을 들인다면 건망증을 늦출 수는 있을 것이다.

실천할 목록을 적어본다.

1. 자주 사용하는 물건 정해진 위치에 놓아두기.

2. 독서하고 메모하기.

3. 타이머 사용하기.

4. 배운 것 반복하기.

5. 매일 정해진 시간에 루틴 실천하기

6. 매일 패턴 영어 한 문장씩 외우기

7. 마음 챙기기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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