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며 치아가 자꾸 문제를 일으킨다.
첫 아이 낳은 후부터 잇몸이 약해 고생했다.
정기적으로 스케일링도 하고 나름 관리를 한다고 했는데 풍치는 잘 고쳐지지 않았다.
충치가 없음에도 잇몸이 약하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40대에 앞니에 틈이 생겨 브릿지를 하니 보기 좋아 만족했다.
50대에는 어금니가 흔들려 브릿지를 해 넣어 몇 년을 불편 없이 사용했다.
그런데 60대 초반에 브릿지로 해 넣었던 어금니가 흔들리더니 저절로 빠져 버렸다. 나는 당연히 또 브릿지하면 되겠지 하고 치과에 갔는데 아뿔싸, 이젠 더 이상 브릿지가 안 되고 부분 틀니를 해야 한단다.
나는 몇 년 전에 심장 판막 수술을 받았다. 그 후 피를 묽게 하는 항 응고제를 먹기 때문에 상처가 나면 지혈이 잘 되지 않는다. 잇몸이 약하고, 항 응고제를 먹고, 이런저런 이유로 임플란트도 어려우니 틀니 밖에는 선택지가 없다는 의사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그때의 황당함과 상실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틀니의 불편함 또한 이루 말할 수 없다. 잇몸이 조금이라도 붓거나 탈이 나면 틀니착용 자체가 어렵고 또 틀니를 걸었던 옆니가 흔들리게 된다. 그런 어려움을 겪으며 10년 정도 지났다.
이제 70이 되었다. 몇 개 남아 있던 성한 이도 잇몸이 약하니 모두 흔들리고 치과에 가면 전체틀니 말고는 답이 없다고 하니 난감했다. 단골치과 말고 몇 군데 치과를 소개받아 다녀 본다.
다행히 한 군데에서 임플란트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기간이 2년 정도 걸리며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임플란트 경험이 있는 여러 친구들의 의견을 들어 본다. 의외로 임플란트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 기간도 오래 걸리고 고통도 무시 못 하는 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염증이 생겨 뿌리가 흔들린다며 미련 버리고 틀니를 하라고 권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 친구들은 틀니 착용 경험이 없어 비교 불가다. 나이 든 치과 의사 역시 틀니를 권한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고민하고 있던 차에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무심코 TV를 보는데 ‘디지털 임플란트’라는 것이 있다는데 너 같은 사람한테 맞는 치료 방법인 것 같아서 전화번호를 적어놓았단다. 바로 전화를 걸어 상담 예약을 했다.
누구에게나 첫인상은 중요하다.
나는 병원에 갈 때마다 의사 선생님의 인상을 중요시한다. 이 나이쯤 되니 첫인상에 그 사람의 인품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대와 긴장감으로 진료실로 들어선다. 일단 인상이 좋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선생님은 충분한 시간을 할애에 친절하게 상담해 주었다.
자기 엄마하고 비슷한 연배인 걸 짐작하고
‘그동안 사시느냐고 애쓰셨어요. 우리 엄마를 비롯해 그 연배의 어머니들 다들 고생하셨죠. 자식들 힘들게 다 키우고 이제 조금 편해지려 하는데 이가 탈이 나서 마음대로 드시지도 못하게 됐는데 누가 알아주나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났다. 그동안 이 때문에 겪었던 불편함은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그날 그 선생님은 그런 내 마음을 알아주었다. 일단 신뢰가 간다.
CT 촬영과 쓰리 디 구강스캐너로 스캔하여 실시간으로 나의 현 상태와 치료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준다.
평소에 다니던 치과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 설명해 주는 것부터 믿음이 간다.
임플란트 13개를 한 번에 심어준다고 한다. 그동안 내가 듣기로 하나 하는데도 몇 개월씩 걸린다는데, 더군다나 나는 치과의사들이 꺼려하는 항응고제 복용자인데 이게 말이 되나?
한 편으로 의심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기대도 하며 들어 본다.
‘내비게이션(디지털) 임플란트’라는 것인데 식립 하기 전 CT 촬영과 구강스캐너로 스켄하여 3D프린터로 수술 유도장치를 만들어 미리 컴퓨터 상에서 시물레이션을 해보기 때문에 0.1 밀리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위치에 식립 할 수 있어 신속하고 안전하게 할 수 있다. 통증의 고통도 수면 마취로 해결된다. 그다음 특정 파장에 의해 골유착이 빨리 되는 ‘광활성 임플란트’를 쓴다.‘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선생님의 성의 있는 설명을 들으며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나가는 의술에 대해 기대해 보기로 한다.
드디어 수술 날짜가 돌아왔다. 치과에 가는 것은 항상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나 의사 선생님의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인품과 자기 의술에 대한 자신감 있는 태도를 믿고 수술실로 들어선다. 우선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좋은 의사를 만나게 된 인연, 수술받을 수 있는 나의 여건, 병원 방문할 때마다 항상 염려와 걱정으로 동행해 주는 남편, 모두 감사하다.
수면 마취주사를 맞으며 마음속으로 중얼 거린다. '까치야 까치야 헌 니 줄게 새 이다오.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 젖니를 실로 묶어 뺀 다음, 까치야 까치야 헌 니 줄게 새 이다오.' 하며 초가지붕으로 던졌던 일곱 살 때의 나를 60여 년 만에 만난다. 그때의 해맑은 내가 웃고 있다.
또 한 번의 인생의 큰 파도를 무사히 넘었다.
정말 잠에서 깨어나니 헌 이는 까치가 물어 갔는지 새 이(가치)가 가지런히 앉아 있다.
한 시간 정도 예상했는데 두 시간 정도 걸렸다. 살리기로 했던 4개의 자연치아도 너무 흔들려 살릴 수 없어 임플란트 5개를 추가로 더 심었단다. 그러니 18개를 한 번에 심은 것이다. 2주 후에 실밥 제거하고 두세 달 정도 기다려 잇몸이 잘 아물면 가치를 제거하고 정식 치아를 고정하면 대공사가 마무리된다. 가지런한 앞니를 내놓고 활짝 웃는 내 얼굴을 기대한다. 어려운 최신 의과학을 공부해서 불편한 환자들에게 의술을 베푸는 젊은 의사 선생님과 대기실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려준 남편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