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 컴퓨터반에 등록했다. 그동안 글은 컴퓨터로 써 왔지만 다른 기능은 배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글 쓰는 사람이 글만 쓰면 됐지 하는 마음이었고 다른 기능은 몰라도 별로 아쉬움이 없었다.
유치원, 초등학생들도 다하는 컴퓨터니 나도 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쉽게 하겠지 생각했다.
첫 시간, 인터넷에서 사진 저장하는 것부터 배웠다. 수강생들이 모두 노인들인걸 감안해서 강사님이 천천히 가르쳐 주신다. 그대로 따라 하니 내가 원하는 사진 저장이 잘되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집에 돌아와 해 보려니 깜깜이다. 자세히 보니 복지관에 있는 컴퓨터와 내가 사용하는 노트북이 다른 회사 제품이다. 메뉴위치나 메뉴 이름이 다르게 되어 있다. 다음 시간부터는 내 노트북을 들고 다녔다. 이제 두 달째 그래도 답답한 부분이 많다. 새로운 기능 하나씩 배울 때마다 수강생들은 잘 이해하지 못해서 답답하고 강사는 못 알아듣는 우리들에게 같은 말을 몇 번씩 해야 하니 서로 갑갑한 노릇이다. 이제 두 달째 그동안 배운 걸 집에서 정리해 보는데 아직 갈길이 멀다. 마음속에서는 또 게으른 마음이 생긴다.
'배워도 금방 잊어버리는데 그만둘까?'
'기왕 시작했으니 하는 데까지 해봐야지.' 하는 두 가지 마음으로 갈등한다.
그동안은 다른 사람들의 잘 꾸며진 블로그나 유튜브, 브런치 등 SNS를 보아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이제는 관심이 간다.
얼마 전 '아웃풋 법칙'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인풋에만 신경 쓴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언제까지 미련하게 인풋만 할 텐가? 경험과 지식 쌓기는 이제 그만, 단 하나라도 당신의 것을 만들어라!
아웃풋이란 세상을 알고, 나를 찾고, 연결하는 것.'이다.
1. 타인을 위해 뭔가를 제공하는 행위.
2. 나의 정체성을 세상에 알리는 행위.
3. 소비자 팀에 있던 사람이 생산자 팀으로 서기 위한 행동."
책을 읽으며 시대가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소비패턴도 경제활동 패턴도 다양해졌다.
아웃풋을 하려면 인터넷, 컴퓨터는 기본이다. 컴퓨터 안에는 내가 미처 몰랐던 다양한 기능이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면 아무리 아는 것이 많아도 그것을 타인에게 제공할 방법이 없다.
나는 글만 겨우 쓰는 컴퓨터 실력으로 브런치에 일주일에 수필 한편씩 쓰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교통문화협의회의 '사랑의 편지' 편집자에게 메일이 왔다. 브런치에 올린 나의 글 중 한편을 모든 지하철 역에 걸고 싶은데 허락하겠느냐는 메일이었다.
내가 허락메일을 보내고 일주일, 오늘 시안이 메일로 들어왔다. 예쁘게 편집되었다. 11월에 걸린다고 한다.
이런 일이 아웃풋의 힘인가 보다.
이제라도 컴퓨터를 제대로 배워서 나의 재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
‘21세기 문맹은 읽지 못하거나 쓸 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배우지 않는 것’이라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말을 되새기며 오늘도 게으른 마음을 털고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