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내가 탄 버스가 신호등에 걸려 멈추었다. 무심코 창밖을 내다본다.
길가의 연약한 꽃잎이 심한 몸부림을 친다. 옛날 시골집 마당에 많이 피어있던 허리가 잘록한
예쁜 분꽃이다.
날씨도 좋은데 어쩐 일 인가 하고 살펴보니 바로 옆에 에어컨, 히터의 실외기가 설치되어 있다.
하루종일 심한 바람을 견디고 있는 꽃이 너무 안쓰럽다. 자연 바람도 아닌 탁한 인공바람을 하루종일
맞고 있다니.
우리 인간도 살아가며 생각지도 못한 시련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러나 잠시 견뎌내면 좋은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견뎌낸다. 그러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시련이 계속 이어진다면 정말 살아내기 힘들 것이다. 실외기 근처에 있는 저 한해살이 분꽃은 일생을 시련 속에서 사는 것이다.
대단한 것은 그 와중에도 노랑, 분홍 꽃을 굳건히 피어냈다.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고 묵묵하 자기 할 일을 하는 꽃으로부터 강인함을 배운다.
실외기를 설치할 때 조금만 신경 썼으면 좋았을 걸.
사람들은 왜 이렇게 자기 생각만 할까?
내가 그 꽃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루종일 그 꽃이 눈에 밟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