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노년을 보내고 계시네요.'
경기 아트센터 대극장 로비에서 만난 수필반 수강생의 친구분이 나에게 해준 말이다.
내가 글도 쓰고 합창도 한다는 얘기를 듣고 해준 인사일 것이다.
지난주 수원시여성 실버 합창단의 정기 연주회가 있었다.
이 합창단은 내가 속해있는 용인시 더플러스 여성합창단의 지휘자(송 흥섭)가 이끄는 합창단으로 세계합창대회에 참가해 수상경력이 있는 실력 있는 합창단이다.
깊어가는 가을, 음악회에 가는 발걸음에 신나는 음표가 따라붙는다. 로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지인들을 만나 인사하고 공연장으로 들어선다.
단장님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총 3부로 나누어 진행되었는데 1,2부는 아름다운 노래들로 청중들의 가슴에 낭만의 허기를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마지막 3부 공연은 '해보는 거야! 뮤지컬!!'이란 타이들로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지킬엔 하이드'그레이스'를 멋지게 공연했다. 평균연령 65세, 그 많은 곡의 가사를 외우는 것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분장과 춤까지 추며 해내는 것을 보고 그들의 열정에 무한한 찬사를 보낸다. 물론 지휘자와 반주자 또한 그동안 얼마나 열정으로 가르쳤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모든 연주자들의 멋진 하모니를 가슴에 품고 집으로 돌아오며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
잠자리에 들며 아까 들었던 '멋진 노년을 보내고 계시네요, '라는 나에 대한 인사말을 되새겨 본다.
정말 나는 지금 그분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멋진 노년을 보내고 있는가 자문자답해 본다.
얼마 전에 읽은 책 '퓨처셀프'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나의 미래에 대한 투자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하는 의식적인 행동이다. 배움, 건강, 인간관계, 경험 등 구체적인 일에 의식적으로 투자할 때마다 미래의 나는 점점 성숙해지고 유능해지며 더 많은 자유를 얻는다.'
'미래의 나는 현재 행동의 복리효과로 만들어진다.
미래의 나는 지금 생각하는 모습보다 더욱 확장된다. 그 크기와 잠재력을 깨달아야 한다. 그러면 현재의 나에 대한 가치를 즉시 높일 수 있다.'
위의 글을 읽고 고개가 끄덕거려졌다. 바쁜 와중에도 꾸준히 해왔던 나의 공부가 노년의 나를 이렇게 행복하게 해 줄 줄 몰랐다. 글쓰기, 피아노 연주, 독서, 운동, 한국무용, 합창 은 내가 수년간 꾸준히 해온 일이다. 그러나 항상 뭔가 2% 부족함을 느낀다. 오늘 저녁 그 2%가 무언가 생각해 보니 남에게 기여하는 일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좋은 일이 글쓰기라는 믿음으로 글쓰기 강의를 해오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는 나 혼자 즐거운 일이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소외된 계층의 아이들에게 글쓰기와 피아노를 가르쳐주고 싶다. 노년에 정말 멋진 일이란 나의 역량으로 남에게 기여하는 삶이 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바라는 마음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을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