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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 예술의 전당

by 민정애

오늘 복지관에서 이 번 학기를 마치며 그동안 공부한 과목들의 발표회가 열렸다.

여러 과목 중에 내가 출연한 작품은 한국전통무용이다.

내가 늦게나마 한국무용을 하게 된 동기는 중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가 다녔던 국민학교는 대전의 변두리 학교였다. 그때는 대전 시내에 있는 중학교에 진학하는 아이들보다 공장으로 가는 아이들이 더 많았던 시절이다. 나는 다행히 딸에게도 교육의 기회를 주신 부모님 덕분에 중학교에 입학했다. 선교사가 세운 미션스쿨인 호수돈 여자중학교이다.

입학을 하고 보니 특기 장학생으로 들어온 친구들이 있었다. 피아노, 한국무용, 성악, 농구를 하는 학생들이었다. 미션 스쿨이었기 때문이었는지 목사님의 딸들이 몇 명 있었다. 교회에 피아노가 있어서 그런지 그 아이들은 피아노를 잘 쳤다. 성악 장학생도 목사님 딸이었다. 나는 시골 국민학교에서 성악이 뭔지 한국무용이 뭔지 본 적도 없었고 배운 적도 없었다. 물론 초등학교 때 합창단 단원이었지만 성악이라는 단어는 중학교에 들어가서 처음 들었다. 학교 행사 때 강당의 무대에서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화려한 무용복을 입고 무용을 하는 아이들이 무척 부러웠다.


내가 돈을 벌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이 피아노 사고, 피아노를 배운 것이다. 그리고 한국 무용은 40대에 몇 년 배우다가 다시 60대부터 계속하고 있다.

70대인 지금까지 피아노는 꾸준히 독학하고 있고, 한국무용은 복지관에서 계속 배우고 있다. 평생 교육원인 노인 복지관은 교수진도 좋고 수강료도 아주 저렴해서 공부할 마음만 있으면 무엇이든 배울 수 있다.

한국 무용은 호흡과 맞추어 천천히 하는 동작이기 때문에 노인에게 좋은 운동이란 생각엔 변함이 없다. 문제는 도무지 동작의 순서가 외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순서는 저절로 외워졌고 어떻게 하면 정확한 동작으로 멋지게 할 수 있을까 노력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멋진 폼은 고사하고 순서조차 외워지질 않으니 나이 든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를 실감한다. 피아노 곡도 외워지지 않고 무용동작도 외워지질 않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다. 피아노 곡은 악보 보고 연주하면 되고 무용은 선생님 따라 하다 보면 언젠가는 몸이 기억하겠지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나뿐만이 아니고 평균연령이 75세 정도인 우리 회원 모두 순서 외우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선생님께도 죄송하다. 열심히 가르쳐 주시는데 기대만큼 따라가질 못하니 그저 죄송하고 민망하다.

연습하고 나오며 민망한 마음에

'80살까지 배우면 외워지겠죠,

나, 그때는 독무 할 거예요' 했더니

한 분이 '호텔에서 팔순잔치 하면서 춤추게?라고 물어본다.

'아니요. 예술에 전당에서 할 거예요.'라고 대답했다.

남들은 농담이라 생각하고 웃었고 나 역시도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지만 진짜 진짜 나의 속마음은 중학교 때로 돌아가 다시 무용을 배워 예술의 전당뿐 아니라 카네기 홀에도 서 보고 싶다.

다음생이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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