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국수와 종달새의 변주
나는 특기는 없지만 취미는 많다.
글쓰기, 책 읽기, 피아노 연주하기, 노래 부르기, 음악 감상, 요리하기, 춤추기 등,
모든 것이 나의 예술이다. 물론 이중 어디다 내세울 만큼 잘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지만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을 나는 예술이라 부른다.
그래서 팬데믹 기간에도 혼자 집에서 잘 놀고 있다.
이 기간에 나를 제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음악을 들으며 요리하는
시간이란 걸 알게 되었다.
점심을 하려고 부엌으로 간다.
부엌 쪽 쪽문으로 보이는 교회 울타리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간간히 청아한 새소리도 들린다.
팬데믹과 관계없이 봄은 무르익어 간다.
오늘 점심은 간단한 쌀국수다.
스마트폰을 열어 하이든의 현악 4중주 곡 종달새를 찾아 조리대 앞에 세워 둔다.
이맘때면 꼭 들어야만 하는 곡이다.
나는 종달새에 취한 채로 요리를 한다. 취중 요리다. 내 손은 제1바이올린의
종달새 지저귐 같은 청아한 소리에 맞춰 춤을 춘다.
쌀국수물에 불리고 육수 올리고 냉장고에 있는 야채 손질하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아름다운 선율들이 함께 버무려진다.
아 행복하다!!!
젊었을 땐 이 맛을 몰랐다. 클래식 음악은 지루하기만 했다.
나이는 거저먹는 것이 아닌가 보다. 세포 하나하나에 하이든의 아름다운 선율이 새겨진다.
간단한 쌀국수 한 그릇이 하이든을 만나 고급 요리로 변주된다.
‘종달새에는 쌀국수보다 상큼한 봄나물 비빔밥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이 봄이 가기 전에 화려한 색깔 야채에 상큼한 돌나물 듬뿍, 그 위에 달걀 프라이 한 개, 빨간 고추장 얹어 하이든과 버무려 새로운 변주곡 하나 탄생시켜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