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나는 공부 중 (2)

우리 엄마는 천재

by 민정애

오늘도 엄마와 나는 공부를 한다. 나는 엄마에게 배우고 엄마는 나에게 배운다. 우리는 서로서로

선생님이다.

엄마는 오늘도 많은 시간을 침대에 누워 계신다.

‘엄마, 그렇게 누워만 있다가 다리에 힘 더 빠지면 요양원으로 가야 돼. 빨리 일어나 운동하셔요.’

‘요양원 갈 때 되면 가는 거지 뭐’라고 무표정하게 말씀하신다.

‘엄마, 솔직히 요양원 가기 싫잖아, 빨리 일어나 침대에서 앉았다 일어났다 열 번 만 해요.’

나의 성화에 마지못해 일어나 앉으신다. 내가 구령을 부른다. 하나, 둘, 셋, 넷 엄마도 같이 숫자를 세며

운동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힘들어하시더니 오늘은 10번씩 두 세트 하시고 다섯 번을 더한다.

‘엄마, 아까 열 번하고 지금 열다섯 번 했으니까 합하면 몇 번이지?’

‘열여섯.’ 자신 있게 대답하신다.

‘다시 한번 계산해 봐요. 열 번 에다 열다섯 번 더하면?’

‘스물다섯.’

‘맞았어, 엄마 천재네, 우리 엄마 치매 아니니까 요양원 갈 일 없어, 부지런히 운동해요. 알았지, 우리 엄만

역시 천재야 천재.’

천재란 말이 좋으셨는지, 요양원에 갈 일 없다는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씩 웃으신다.

나는 엄마에게 ‘무기력’이 얼마나 삶을 우울하게 만드는지 배운다. 코로나 이후 엄마는 노인정에도 못 가시면서 많이 무기력해지셨다. 요즘 사회적으로도 우울증, 무기력 이란 단어가 화두가 되었다. 엄마는 더 이상의 삶의 의미를 못 느끼시는지 ‘빨리 죽어야 할 텐데’라는 말을 습관처럼 하신다.

‘엄마 돌아가시려면 멀었어, 엄마 가슴이 이렇게 큰데 죽을 때 되면 이게 다 말라붙어야 죽는데, 엄마는 아직 멀었어, 나는 엄마를 웃기려 엄마의 젖가슴을 만지며 너스레를 떤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뭐라도 재미를 붙여 봐요, 엄마 노래 잘 불렀잖아, 노래도 부르고, 참, 엄마 피아노 배워볼까? 치매 예방에 손가락 운동이 좋다는데.’

‘죽을 때 다 된 사람이 피아노를 배워서 뭐해’ 라며 귀찮다는 듯 손사래를 친다.

‘그냥 치매 예방 운동이라 생각하고 해 봐요.’

엄마는 못 이기는 척 피아노 앞에 앉으신다.

‘엄마, 여기 열쇠 구멍 있지, 그 위에 검은건반 두 개 있는데 첫 번째 흰건반이 기본 ‘도’ 그다음부터 하나씩

올라가며 치면 다섯 손가락으로 도레미파솔까지 칠 수 있어요.‘

엄마는 몇 번 더듬거리더니 낮은음인 왼손까지 정확하게 운지를 하신다.

‘우리 엄마 천재!’라는 나의 칭찬이 싫지 않으신지 멋쩍은 웃음을 지으신다.

순간 나는 후회가 되었다. 엄마에게 조금 일씩 관심을 가졌더라면 이렇게 무기력한 상태가 되지 않으셨을

텐데. 엄마가 지금 94세이니 80부터라도 피아노를 배웠다면 지금쯤 당신이 좋아하는 유행가 한 자락은

치고도 남았을 것을.


나는 이번 일로 엄마에게 또 배운다. 내가 엄마 나이가 되려면 아직도 24년이나 남았다. 뭐라도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지 않은가 죽는 날까지 삶의 의미를 되새기며 무기력에 빠지지 않기 위해 꾸준히 배울 것을 다짐한다.

피아노 앞에 앉아 엄마가 젊었을 때 좋아했던 ‘소양강 처녀’를 처 드렸더니 정확한 가사로 노래를 부르시는 것이 아닌가! 아버지 돌아가신 후부터 노래를 부른 적이 없다고 하니 15년 만에 노래가 터지신 것이다. 우리 엄마는 젊었을 때 동네의 ‘이미자’라고 할 정도로 노래를 잘하셨다. 우리 엄마가 노래를 다시 부르신다. 앞으로 하루에 한 번쯤은 엄마가 잘 부르셨던 뽕짝을 쳐 드리며 같이 노래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참, 노인정에서 친구 분들과 즐기셨던 고스톱도 쳐 드려야 하는데 나는 아직 고스톱을 못 배웠으니 어쩌나, 민화투라도 치면서 엄마와의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봐야지. 70살이 된 나에게 엄마가 생존해 계신다는 사실 만으로 나는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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