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님이 납신다 한들

by 민정애

전화벨이 울린다. 작은아들 번호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받는다.

아이들 데리고 우리 집에 오겠단다.

이주 전 아들 집 가까이 이사를 오며 손주들 얼굴을 자주 보리라 예상했다. 주말이면 오라고 전화하고 싶지만 될 수 있으면 안 하려고 한다. 아이들 나름대로 스케줄이 있을 테니 그들의 사생활을 존중해 주고 싶기 때문이다. 오늘도 손주들 보고 싶은 마음에 큰 아들네로 전화할까, 작은 아들네로 할까 망설이다 그냥 참기로 하고 있었는데 벨이 울린 것이다.


느긋하게 앉아있다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간다. 냉장고를 열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 재료가 무엇이 있나 살펴본다. 큰 손녀가 좋아하는 고등어도 있고, 작은 손녀가 좋아하는 잡채 재료도 있다. 얼른얼른 손질하여 고등어는 오븐에 넣고 타이머를 맞춘다. 그다음 잡채 만들기에 돌입한다. 당면 물에 삶고 양파, 당근, 버섯, 파프리카 착착 채 썰고 볶아 갖은양념에 버무린다. 참기름 냄새 솔솔 풍기는 잡채 완성.


나라님이 납신다 한들 이렇게 빨리빨리 동작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나는 할 수 있다. 귀여운 손녀들이 온다잖는가. 언제 봐도 사랑스러운 손주들, 보고 보고 또 봐도 자꾸자꾸 보고 싶은 손주들, 보면 볼수록 더 보고 싶은 손주들이 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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