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살아내기 힘들지.

by 민정애

얼마 전 큰 아들로 부터 목 디스크로 병원에 다닌다는 전화를 받았다.

몇 년 전 외국 지사에서 근무할 때 목 디스크가 발병해 치료를 받아 완치된 줄 알았는데 재발한 모양이다.

물론 자세가 안 좋아서 생기는 병이라고 하니 원인을 고치면 되겠지만 과도한 업무로 종일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보고 있어야 하니 증세가 호전되기 쉽지 않은가 보다.

지난번 건강검진 결과 고지혈 증상이 있다고 해서 약을 처방받았다고 했는데 목 디스크까지 발병했다니 걱정이다. 아들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다닌다. 나는 아들이 하는 일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대부분의 날을 새벽에 출근해서 밤늦게야 퇴근을 한다. 거기다 수시로 해외 출장을 다닌다. 장시간 비행기 타는 피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승진에 누락되지 않았다는 소식도 전해 듣는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얼마나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지 또 얼마나 상하관계에서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는지 짐작이 간다.


방송국의 PD인 작은 아들도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며칠 전 아들이 만든 특집 프로그램을 보는데 TV에 비친 아들의 모습이 지난번 만났을 때 보다 비만해져 있어 걱정이 되었다. 지방으로, 해외로 취재 다니느라 규칙적인 생활을 못하는 것이 비만의 원인일 것이다. 만날 때마다 비만해지는 아들의 몸을 보면 걱정이 앞서 왜 자기 관리를 못 하는가 다그치고 싶지만 여러 가지 직업 환경상 잘 안 되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 아들 둘 뿐 아니라 요즘 젊은 직장인들은 마음에 멍과 상처가 나는 줄 알면서도 가족을 이끌어 갈 책임감으로 허덕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며칠 전 지인의 출판기념회 자리에서 몇 년 전 같이 공부했던 아들 또래의 K군을 만났다. 같이 강사 트레이닝받을 때 나를 보면 자기 엄마가 생각난다며 나의 강의에 많이 공감해 주던 잊을 수 없는 젊은 친구이다. 그 친구는 몇 달 전 안정된 직장에 과감히 사표를 내고 일인 창업을 했다고 한다. 어떻게 그렇게 어려운 결단을 내렸냐고 했더니 대기업에 10년 다닌 결과 남은 거라곤 목디스크 허리디스크에 요로 결석 등 망가진 몸뿐이라서 더 늦기 전에 사표를 냈단다. 다행히 아내가 동의했고 아이가 없으니 가능했던 일이라고 한다. 물론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까 그랬겠지만 그의 용기가 부럽기까지 했다.

흔히들 말한다.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그러나 누군들 그러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가장으로서의 의무 감 때문에 고된 직장에 매여 자기 몸이 망가지는 것도 모른 채, 아니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시간에 끌려 다니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고용주들은 적당한 연봉으로 그들을 혹사시킨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몸이 심하게 망가진 뒤에 깨닫게 된다. 고액 연봉으로도 행복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되찾을 수 없는 것이 건강이라는 사실을.

오늘은 토요일 큰아들 가족이 우리 집에 왔다. 아들은 재발한 목 디스크 때문에 보조대까지 착용하고도 식탁에 앉는 것조차 불편해했다. 통증이 너무 심해 진통제를 먹으며 일을 한다는 말은 며느리에게 들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임에 틀림없다. 나는 아들에게 병가를 내고 치료에 전념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엄마는 회사 일을 잘 모른다며 그럴만한 형편이 안 된다고 한다. 병원에 다니는 것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다닌단다. 이렇게까지 몸을 혹사시키며 일을 해야 하나 생각하니 이럴 때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는 엄마의 마음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생존 경쟁에 시달리지 않는 마음가짐을 가져 보라고 권하고 싶다. 퇴근 후 짧은 시간이나마 평화로운 마음으로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보라고 권하고 싶다. 젊은이들은 말할 것이다. 그럴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남보다 더 빨리 승진했다고, 남보다 더 나은 능력이 있다고, 돈이 좀 더 많다고 그만큼 더 행복하지는 않았다는 사실과. 그러느냐고 잃었던 건강은 되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흔히들 말한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하라고. 그러나 그것은 엄마로서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어느 엄마가 아들 고생하기를 바라겠는가. 나는 요즘 아들들에게 많이 미안하다. 우선 이 험한 세상에 태어나게 해서 미안하고 능력 없는 엄마라서 미안하다. 나는 요즘 돈이 많았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다. 아들을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서 해방시키고 싶기 때문이다. 성실한 아들이지만 왜 사표 내고 싶을 때가 없겠는가, 물론 젊은이로서의 야망도 있고 직장 생활을 통해 성취하고 싶은 꿈도 있겠지만 한 집안의 가장으로 책임감과 의무감 때문에 참고 인내하는 것이겠지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온다. 이것이 엄마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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