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TV를 보는데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이신 김형석 교수님이 TV에 출연하여 강의를 한다는 예고가 나온다. 반가운 마음에 시간을 기억해 두었다.
이튿날 시간에 맞춰 TV를 켰다. 생각보다 너무 건강하시고 96세라는 연세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우시다. 나는 30대부터 교수님의 팬이었다. 교수님 책이 나올 때마다 사 보았고 그분 강의를 쫓아다니며 허기진 가슴을 지혜로 채우기도 했다. 또 교수님의 수필집은 우리의 팍팍한 마음을 윤택하게 바꾸어 주는 힘이 있었다. 서정적이고 사색적인 문체를 읽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기도 했다. 특히 어머니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인상적이었다. 사랑이 있는 고생은 행복이란 말씀에 위로받으며 고생을 행복이라 느끼며 살려고 애쓰기도 했었다.
사실 한동안 그분을 잊고 살았다. 연세가 많기 때문에 현역에서 물러나신 줄 알았었다. 그런데 96세에 대중 강의, 그것도 TV 생방송을 한다는 것은 그 교수님 말고는 없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 관리가 있었을 것이고 무엇보다 쉬지 않고 공부를 하셨을 것이다. 아무튼 반갑고 고마웠다. 강의 제목은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가’였다.
‘물질적 가치에서 벗어나 정신적 가치를 알게 됐을 때 진정으로 행복이 풍부해진다’ 고 하시며 60~75세 사이가 문학이나 예술 하기에 가장 좋은 나이라고 하신다. 그 말씀을 듣고 나 자신도 희망이 생긴다. 내 나이 63, 무엇을 하기에 항상 늦었다는 마음이 먼저 앞을 가렸다. 그 말씀을 듣고 보니 정말 젊었을 때 무슨 뜻인지도 모르며 지루하게 느껴져 읽다 만 고전들도 요즘 다시 읽으면 고개가 끄덕거려지고 미술 작품을 보아도 예사롭지 않고 음악을 들어도 마음으로 느끼게 되는 것을 볼 때 나이는 거저먹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나도 등단한 지 어느새 20년이 지났는데 글다운 글을 쓰지 못했다. 특히 수필은 60이 넘어야 지혜로운 삶을 글 속에 녹여낼 수 있을 것 같다. 놓았던 붓을 다시 잡아야겠다.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