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무거웠던 여행

by 민정애

남편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와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먼저 서점에 들러 책 한 권을 산다. 지루한 비행시간을 보내는 나만의 방법이다.

일행들이 나를 반긴다. 반가운 얼굴들이다. 이 번 여행은 오래전부터 만나오던 남편의 고향 친구들의 아내들 일곱 명이 떠난 여행이다.

60대 중반의 나이들, 저마다의 어려움도 있었겠지만 삶의 징검다리를 무사히 통과해서 그저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고 서로 격려하는 시간이다.

모든 비용은 남편들이 지불해준 아주 마음 편한 여행이다. 여행지는 태국 북부, 라오스, 미얀마와의 국경지대에 위치한 치앙마이다.

여섯 시간의 비행 끝에 치앙마이 공항에 도착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여섯 시간의 비행기 피로가 온몸으로 느껴진다.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라는 노래를 떠 올리며 쓴웃음을 지어본다.

패키지여행답게 이튼 날 아침부터 강행군이다. 16세기 란나 왕국의 수도였다는 치앙마이의 유적을 둘러본다. 태국 내 최대의 불교 사원 중 하나인 도이스텝 사원은 그야말로 불교가 얼마나 번성했었는지를 알려주기에 충분했다.

란나 왕조 시절 부처의 사리를 운반하던 흰 코끼리가 스스로 수텝산까지 올라와 탑을 3바퀴 돌다 쓰러져 죽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단다. 그래서 그 자리에 지금의 도이스텝사원을 건립했단다. 해발 1000미터 지점에 이렇게 웅장한 사원을 건립했다는 것은 시대적으로 불가사의 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시 흰 코끼리가 운반해 왔다는 부처의 사리가 지금까지 이 탑에 보관되어 있단다. 사원 안에는 살아있는 고승이 앉아 방문객들에게 복을 기원해 준다는 가이드의 말을 듣고 호기심에 들어가 보니 젊은 승려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어 시대의 변화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또 인상적이었던 사원은 비교적 최근인 1997년부터 시작해 아직도 공사 중이라는 백색 사원이다. 백색 사원은 글자 그대로 모두 흰색으로 지어졌다. 대부분의 황금색 사원과 차별화되어 신선했다. 백색사원을 둘러보며 인간의 상상력이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했다. 태국의 건축가 이면서 유명한 화가인 찰름차이 코싯피팟이 어느 날 자신의 어머니가 지옥에서 고통받고 있으니 사원을 지어 지옥에서 구해 달라는 꿈을 꾸고 나서 사원을 짓기 시작했단다. 그 효심이 각계각층의 마음을 움직여 지금까지도 기금이 모금된단다. 그래서인지 그 규모와 조형물 하나하나에 새겨진 섬세함은 글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다음 태국 여행 중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코끼리 쇼를 보는 것이다. 오래전 방콕 여행 중에도 코끼리 쇼를 보며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듣는 코끼리가 하는 행동들을 재미있게 본 기억이 새록 떠오르기도 했다. 이번에 본 쇼는 방콕의 코끼리 쇼 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신기하게도 사육사 말을 잘 알아듣고 행동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귀엽기까지 했다. 그런데 거기까진 좋았다. 바로 옆 코끼리 학교의 교육장에 짧은 쇠사슬로 앞발 한쪽씩 묶인 채로 채찍 세례를 받으며 훈련받고 있는 여러 마리의 코끼리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간의 욕심 때문에 동물이 저렇게 학대를 당하다니. 나 같은 관광객이 있는 한 코끼리 학대는 계속될 것이란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태국은 불교 나라답게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불교 사원을 비롯해서 크고 작은 수많은 사원들과 아름다운 자연환경 등 관광자원이 많은 나라인데 굳이 코끼리까지 학대하며 관광자원으로 만들 필요가 있는가 생각해 보았다. 관광객들이 코끼리 쇼를 거부한다면 코끼리를 해방시킬 수 있지 않을까, 동물 애호가들은 왜 손을 쓰지 못하는가.라는 생각을 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

다음 날 강을 건너 라오스 국경에 도착했다.

그냥 울컥 눈물이 났다.

한참 동안 빨개진 눈을 감추려 선글라스를 벗지 못했다.

라오스 국경에서 만난 구걸하는 두세 살짜리 애기들 때문이었다.

마음을 추스르고 그 아이들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머리 팔다리엔 부스럼 투성이고 때가 꼬질꼬질한 누더기를 걸치고 있다. 코코넛 열매 하나 주니 얼른 받아 들고 순식간에 마셔 버린다.

나머지 여행 내내 그 애기들이 마음에 걸린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아기들이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을 나는 코코넛 열매 하나 건네주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여행길을 재촉했다. 어찌할 수 없는 나의 무능력에 그저 눈물이 날 뿐이다.

할 수만 있다면 따뜻한 물로 샤워시켜서 부스럼에 연고 발라주고 배불리 먹여 가슴 깊이 안아주고 싶다.

이 번 여행을 계기로 좀 더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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