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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내 Dec 20. 2020

아빠가 좋아요

소망이는 아빠 바라기

'너 어렸을 적에는 내가 씹던 껌도 잘 받아먹었어' 아빠가 나에게 자주 이야기하는 에피소드 중 하나로 지금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아빠와 나는 (엄마 말로는) 없으면 서로 엄청 찾으면서 같이 있으면 또 제일 많이 싸우는 그런 사이다. 애증 관계다. 크게 싸우는 것은 아니다. 나는 아빠가 건강히 오래 사셨으면 해서, 아빠는 내가 좋은 사람 만나 잘 살길 바라는 마음에 서로에게 듣기 싫은 잔소리를 한다.


자식들 중에서 아빠 성격과 제일 비슷한 사람이 나다. 그래서 더 잘 부딪힌다. 대학에 진학할 때도 자식들 중 자기 의견을 가장 강력하게 피력한 사람이 나다. 고집이 세다. 욕심도 많다. 일을 할 때는 좋은데 다른 사람을 힘들 게 할 때도 있다. 아빠는 사업을 하시면서 본의 아니겠지만 가족들을 힘들게 한 적이 몇 번 있다. 이사도 많이 다녔다. 그래도 우리는 가족이기에 이해하고 언제나 함께한다. 우리 가족의 힘이다.


소망이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우리 가족 중에서 누가 제일 좋아?'하고 물어보고 싶다. 고민하지 않고 바로 '아빠가 좋아요!'라고 답할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아빠는 나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었다. 씹던 껌도 주고, 종종 라면도 끓여 주었다. 이 때는 맛있는 것을 주는 사람이 최고다. 이제 아빠는 아빠 판박이 소망이와 소파에서 고구마와 사과를 나눠먹는다. 건강을 위해 적당히 먹어야 하는데 너무 많이 드신다. 걱정이다. 누르면 터질 것 같은 배, 진중한 표정을 한 아빠와 소망이는 자주 붙어있다.

아빠 닮은 꼴, 소망이

한 어르신이 '아빠와 사이가 좋은 딸들은 시집을 늦게 간다'라고 했다.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로, 누가 이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분은 나름의 근거를 이야기했다. '아, 그래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었던 내가 답하니 '그래서 미내 씨도 늦게 결혼할 것 같아'라고 했다. 음... 어쨌든 나도 소망이처럼 아빠가 좋다. 엄마는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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