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이유를 찾아내는 이야기

넷플릭스 <스위트홈> 시즌 1 정주행

by 이미내

넷플릭스. 드라마 리뷰.


토요일이다.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평일과 비슷한 시간이면 눈이 떠진다. 직장인의 삶이란 이렇다. 책임감에 몸이 저절로 반응한다. 주말에는 늦잠 좀 자고 싶은데, 눈이 떠졌으니 일어난다. 주말이지만 어디 놀러 나갈 수 없다. (코로나 때문이다. 요즘 같은 시기 집이 제일 안전하다.)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다시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를 켰다. 영화 하나 보기에는 하루가 길다. 긴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기 위해 요즘 주말에는 드라마 정주행을 하고 있다.


어디 보자, 오늘은 뭘 볼까? <스위트홈>이 보인다. 새로 나왔나? 예전에 웹툰으로 봤었는데? 괴물 나오는 거였는데? 이게 드라마로? 1화 보고 재미없으면 다른 거 봐야지.


첫 장면은 2020년 9월. 눈이 내린다. 군인들로 둘려 쌓인 건물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온다. 이어지는 1화의 첫 대사 내 마음을 울렸다.

누군가 말했다
가장 짙은 어둠도 가장 흐린 빛에 사라지는 거라고

이것은 살아남는 것보다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게 더 힘겨운 세상에서
기어이 살아갈 이유를 찾아내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장소적 배경은 철거 직전의 아파트, 그린홈이다. 등장인물은 그린홈의 주민들이다. 주인공 현수는 가족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혼자 그린홈으로 이사 왔다. 은둔형 외톨이인 그는 8월 25일 자살할 예정이다. 그러던 어느 날, 라면 택배를 가지러 문 앞에 나갔다가 괴물을 만났다. 이 장면이 너무 사실적이라 징그럽기도 하면서, 동시에 '이 드라마는 대충 만든 드라마가 아니다! 계속 봐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괴물은 사람을 해치고(뒷부분에는 사람을 해치지 않는 괴물도 나옴), 사람은 욕망 때문에 괴물이 된다. 1층에 모인 주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개인의 욕망이 분출된다. 그래도 나름의 규칙을 만들어 생활하고 싸워나간다. 이기적인 모습들도 보이지만 서로 협동하는 모습들이 다른 영화나 드라마보다 많이 나온다. 특히나 여성의 역할이 크다. 여성들은 위기의 상황에서 주춤하거나 숨지 않는다. 앞서 싸우고, 힘을 모아 돕는다. 인상적이었다.


죽음이 눈앞으로 다가온 극한의 상황에서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말을 할까? 7화에서 국어 선생님이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재헌은 맹장이 터져서 수술받을 처지에 놓은 지수에게 '돌잡이 때 뭐 잡았어요?'라고 묻는다. 그냥 하는 말이겠거니 했는데, 뒤이어 나오는 그의 죽음을 보고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돌잡이 때 칼이 아니라 실을 잡았다면 살 수 있었을까? 이 역할을 맡은 김남희 님은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정말 얄밉게 나왔었다. 이때의 잔상이 남아서, 혹시나 못된 놈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여기서는 착한 사람이었다. 연기자는 정말 다양한 삶을 사는구나 싶었다.


결말이 다가오면서 등장인물의 생사가 갈린다. 10화에서 오빠 은혁은 동생 은유에게 '꼭 올게. 걱정하지마. 무사히 돌아올게'라고 말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 슬프다. 의대생 오빠는 충분히 돌아갈 수 있는 상황에서 왜 죽음을 택했을까? 괴물이 된 걸까? 궁금하다. 시즌 2가 나온다면 진실을 알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는 상황에서 너무 확실하게 약속하는 건
진짜가 아닐 확률이 높지


올해 가장 많이 보고, 들은 단어는 당연 '코로나'다. 이로 인해 주변에서 '삶의 낙이 없어', '우울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삶의 이유를 쉽게 찾을 수 없다. 가끔은 막막하다. 살아있으니까 어떻게든 살아내고 버티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존경하고 응원한다. 드라마 <스위트홈>은 현재 우리의 삶을 제대로 반영한다. 현실에서 괴물이 나오지는 않지만 '그린홈'에서 처럼 각자 자리한 곳에서 치열하게 싸운다. 지더라도, 욕망에 사로잡혀 괴물이 되지는 말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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