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삼십춘기

나의 서른에게 (29+1, 2017)

by 이미내

넷플릭스. 영화 리뷰.


영화 제목이 느낌 있다. '서른', '삼십'이 아니라 '나의 서른에게'이다! 뭔가 답을 찾아줄 것 같은 느낌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해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나'를 조금 멀리 두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됐다.


영화 속 주인공은 방황하고 있는데 '나는 지금 어떤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의 고민도 끝이 없다. 남자도 없으면서 결혼해야 하나 고민한다. 어디 갈 데도 없으면서 이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나 고민한다. 동시에 감정이 요동친다. 이유 없이 슬프고, 사소한 것에 신난다. 내가 왜 이러지?


9시 출근, 점심 먹고, 6시 퇴근.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착실하게 살고 있지만, 지친 것 같다. 허리와 어깨가 예전보다 더 자주 아프고, 몸이 쑤시니 감정적으로도 좀 더 예민해졌다. 만사가 귀찮다. 나의 감정을 대변하듯 내 방은 개판 오 분 전이다. '청소 좀 하고 살아라'는 부모님의 말씀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삼십춘기가 온 것 같다.

스물아홉 봄. 광양 매화축제에서

스물아홉의 나는 '그냥 나이 먹는 거지. 뭐 다 따지고 그러냐?' 했다. 한 살 나이 먹는 불안함, 긴장감을 느낄 수 없었다. 바쁘면 잡생각이 안 난다. 퇴근하고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먹고 싶은 것 먹고, 배우고 싶은 것 하고, 가고 싶은 곳 가서 놀고, 자유로웠다. 요즘은 아니다. 나와 모두를 위해서 잠시 멈춤이다.

우리는 매일 죽음을 향해 걸어가니까. 남은 기간이 얼마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가고 싶은 곳을 가면 되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행복했던 모든 순간들을 기억하는 거지.


삼십춘기, 생각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쌓이다가 폭발한다. 그래서 적당히 단순하고 사소한 것이 더 좋다. 사춘기 때와 달리 나대고 돌아다닐 체력이 살짝 부족하기 때문에, 모여 앉아 도란도란 옛날이야기하는 것이 더 편하다.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을 삼십춘기를 겪으면서 이해하게 됐다. 벽에 사진을 붙이고, 일기를 쓰고, 영화에 나온 이 모든 장면들이 기억을 저장하는 과정이다.


지금까지 난 내가 독립심이 강한 사람인 줄 알았다. 회사까지 그만두고 보니 내가 얼마나 의존적인 사람인지 알게 됐다. 평소에는 일에 의존했고 퇴근 후엔 남자 친구에게 의존했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잠에 의존했다. 사람이 할 일이 없어지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훈훈한 봄이 오듯 시간은 흐른다. 지금 행복한 순간을 만들기 위해서 주인공은 파리로 여행을 떠났다. 코로나 때문에 어디 갈 수 없지만,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나름대로 참 행복하다. 주말에는 사진 폴더를 뒤적이며 추억 여행이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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