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팝니다

미니멀리즘 : 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by 이미내

넷플릭스. 다큐 리뷰.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동안 피곤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놓았던 방청소를 시작했다. 오늘은 책, 내일은 옷, 모레는 책상. 이런 식으로 조금씩 자주 한다. 한 번에 다 하기에는 양이 많고 힘들다. 이런 걸 샀었네, 예전에 잘 썼었는데 천천히 추억을 돌이킨다. 청소는 못 쓰고, 안 쓰는 물건과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다. 평소에 잘 쓰는 물건은 따로 정리할 필요가 없다. 살면서 필요한 것은 몇 개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큐멘터리 <미니멀리즘 : 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물질을 통해 정신적 빈곤을 채우려 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내용이다.

전 원하는 모든 걸 가졌었어요. 제가 가져야 할 모든 걸 가졌었죠.
사람들은 저에게 성공했다고 했어요. 하지만 전 불행했죠.
제 삶에는 큰 공허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이 하듯이 그 공허감을 채워 나가려 했죠.
물건들로 그걸 채우려 했어요. 공허감을 물건을 구매하는 것으로 메꾸고 있었어요.

갖고 있는 짐은 가방 두 개가 전부, 집 없이 사는 사람이 인상적이었다.

집 없는 노숙자로 살아간 지 4년이 넘었어요.
제가 성공의 정의를 찾고 이를 찾아내는 과정이 제가 성공적이면서 행복할 수 있는 곳으로 절 인도해 줄 거로 생각했습니다.


추억을 팔았다. 무작정 버리기는 아까워서 (지금은) 안 쓰는 물건을 당근 마켓에 올려봤다. 무엇이든 처음 하는 것은 두근두근 마음이 떨린다. 안 팔리면 어린 사촌 동생들에게 나눠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금방 팔렸다. 판 물건은 복싱 글러브와 36색 유성 색연필이다. 번 돈으로 치킨을 사 먹었다.


한때 살이 급격히 쪘었다. 다이어트를 위해 동네 복싱장에 3개월 등록했다. 몸이 무거워서 그런지 발목에 점점 무리가 갔다. 압박붕대로 감고 열심히 스텝을 밟았다. 그럼에도 고통이 심해서 더 이상 배우지 못했다. 살 빼서 가벼운 몸으로 다시 다녀야지 했는데, 이사하면서 기회가 없어졌다. 이 복싱 글러브는 중학생 아들을 둔 아버님에게 팔렸다. 구멍 나고 찢어질 정도로 그 쓰임을 다했으면 좋겠다.


몇 년 전에 컬러링북이 유행했다. 힐링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오랜 시간 혼자 하기에는 지루했다. 사놓은 컬러링북과 함께 36색 색연필도 정리했다. 학창 시절에는 갖가지 색연필이나 사인펜으로 그림 그리거나 필기 노트를 꾸몄는데, 이제는 삼색 볼펜이 최고라는 걸 안다.

2017년 8월 홍도 여행 중

추억을 곱씹으며 열심히 치웠지만 아직 멀었다. 아빠는 "우리 딸 방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라고 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물건이 늘어나지 않는 것이다. 물질적 소비보다 경험적 소비를 지향하고 있다. 인생은 공수래 공수거(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자매님, 나의 베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