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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내 Feb 09. 2021

내 일을 찾아서

<내일을 위한 내 일> 이다혜

책 리뷰. 부제 : 일 잘하는 여성들은 어떻게 내 직업을 발견했을까?


퇴사 선언. 입사한 지 1129일째. '지금 하는 일을 평생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의 답으로 퇴사를 결정했다. 현재 사직서는 일주일 간 보류 상태이고, 아쉬운 점은 없다. 다른 방법으로 같이 하는 것도 제안해주셨는데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받는 느낌이다.


'앞으로 무엇을 할까?'에 대한 답은 확정 짓지 못했다. 그런데 불안하지 않다. 경제적으로 준비해 놓은 것은 없지만 설렌다. 다시 20대 때의 긍정 에너지가 샘솟는다. 그동안 생각해 놓았던 일들을 조금씩 펼쳐나갈 생각에 마른 김에 간장 찍어 밥만 먹어도 꿀맛이다.

진로 고민을 평생 하게 될지는 몰랐다. '장래 희망'란을 채우던 중학생 때, 고등학생 때 상상했던 삼십 대나 사십 대는 모든 게 정해져서 권태로운 시간이었다. 살아 있는 동안 끊임없이 내 일, 내 자리를 근심하고 발명하며 살아야 할 줄 몰랐다.


4년째 근무 중인 지금의 회사에 입사할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다닐 줄은 몰랐다. 처음 하는 분야라 적응하기 어려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동료들도 좋았다. 눈 깜짝할 새에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장점이자 단점으로는 종종 혼자서 사무실을 지킨다. '다들 열심히 일하러 나갔는데 무엇을 해야 하나?'에서 시작한 고민이 스스로 일을 하게 만들었다. 자유롭게 일할 수 있어서 좋았다. 혼자 머리 싸매고 있을 때도 있었는데 더 빨리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딸내미의 갑작스러운 퇴사 선언에 가족들이 응원해줘서 고마웠다. 투닥투닥해도 언제나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가족이다.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울타리는 가족뿐이다.  


배구 선수 양효진

프로에 온 뒤에도 제가 힘들다고 얘기하면 부모님은 1년 차든 2년 차든 그만두고 나와도 된다고 하셨어요. 우스갯소리로 내가 너 하나 못 먹여 살리겠냐고 해 주셨죠. 그게 그냥 고마웠어요. 부모님도 힘들게 사시는 거 아는데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 게. 도중에 힘들어서 그만두더라도 내 편이 있고, 돌아갈 안식처가 있다는 생각에 한 발 더 뛰고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코로나 상황에서도 매출이 올라가고 비전 있는 회사의 울타리를 벗어나 사막으로 나간다. 이제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오아시스를 찾아 걷고 뛰어야 한다. 아니면 목 말라죽겠지. 바로 결과물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조급해하지 말자. 더 자유로운 내일과 내 자리를 만들어 보고 싶어서 퇴사를 결심했다.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고인류학자 이상희

그럼에도 오래 하는 비밀은, 심드렁함이에요. 좋아하는 일, 재미있는 일은 누구든지 잘할 수 있어요. 그보다는 하기 싫은 일도 심드렁하게 해낼 줄 아는 사람이 오래가고 생산적인 일을 하더라고요.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게 삶의 목표는 아니겠지만.
책 표지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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