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 것

정성 가득 먹거리

요 며칠 기운 없는 엄마를 위해 요리 못하는 딸은 반찬가게를 찾았다. 먹는 것은 한순간인데 뭐하나 만드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엄마는 뚝딱 만드는 오징어볶음을 반나절 동안 낑낑대며 만든 적이 있다. 다행히 맛은 있었는데 오징어 손질하는데 품이 너무 많이 들었다. 녹초가 된다.

이럴 경우에는 사 먹는 게 경제적이고 맛도 보장된다. 마침 동네에 반찬가게가 참 많다. 몸보신을 위한 메뉴를 고민하다가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평소보다 더 높은 목소리에 애교를 섞어 물었다.

"어머니, 뭐 드시고 싶으세요? 불러볼게요.
여기 갈비탕, 설렁탕, 도가니탕, 북엇국, 소고기 뭇국이 있어요."

탕, 국 종류만 파는 데 생각보다 메뉴가 다양했다. 요새 일 때문에 저기압인 우리 엄마는 "설렁탕 아니면 도가니탕."으로 답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반찬가게 아주머니가 물었다.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이 질문에 담긴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저 결혼 안 했어요. 엄마가 요즘 아파요. 몸에 좋은 걸로 주세요." 친절한 아주머니의 추천으로 도가니탕을 골랐다. 깔끔하고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다음날도 같은 가게를 찾았다. 이번에는 토종닭을 넣었다는 닭개장을 사서 한 끼를 때웠다.

민족 대명절 설날을 맞이해 엄마는 오래간만에 솜씨를 뽐냈다. 동태전과 등갈비 김치찌개를 만들었다. 역시 엄마의 손맛은 최고다. 모양도 예쁘다. 엄마한테 음식을 배우고 싶은데 손이 너무 빨라서 눈이 따라갈 수가 없다. 대충 양념을 툭툭 넣으면 맛이 난다. 신기하다.

엄마표 동태전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맛있는 음식과 부모님의 세뱃돈에 마음만은 풍족한 설날을 보냈다. 내년에는 먼저 용돈 드리는 딸이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