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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내 Jan 26. 2021

가족 싸움의 서막

사소한 것에서부터

가족 싸움의 서막은 보통 아빠가 연다. 일주일에 하나씩, 아니 하루에 하나씩 에피소드가 끊임없이 생긴다. 핸드폰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아 떨어뜨려서 고장내기, 중요한 서류 놓고 다니기, 문서 작업해놓고 저장 안 하기, 고기반찬 내버려 두고 고추장에 밥 비벼먹기 등등.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어머 그런 일이! 재밌다.'라고 하지만 같이 생활하는 사람들은 불안하다.


엊그제 아파트 단지에 주차해놓은 아빠 차를 누군가 긁어놓고 도망갔다. "누가 내 차를 긁어놨어."라는 아빠의 말 한마디에 '범인을 잡아야 한다 VS 그냥 넘어가자'로 의견이 나뉘었다. 결론은 아빠가 알아서 하는 것으로.

나쁜 사람...

어느 날은 늦게 퇴근해서 혼자 저녁을 먹고 있는데 "요즘 약이 이상해."라는 아빠의 말에 약을 살펴봤다가 깜짝 놀랐다. 소망이가 예전에 먹던 피부약이었다. 앞에 포장지는 똑같아도 뒷면에 버젓이 '개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확인도 안 하고 먹은 아빠와 정리하면서 실수를 한 엄마가 이해가 안 됐다. 그날 발견하지 않았으면 아빠는 그 약을 다 먹었을 것이다. 다행히 세 번 먹은 약은 몸에 해를 끼치지 않았다.


아빠는 사소한 것들은 잘 신경 쓰지 않는다. 가끔은 아예 신경을 안 써서 큰일을 친다.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커서 보니 아빠와 평생을 같이 한 엄마가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엄마가 있어서 우리 가족이 있다. 항상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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