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중일기]
달릴 때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오른다.
그걸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기에,
지금 이렇게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할머니가 계신 요양원에 면회를 갔던 어느 날.
남동생이 영상통화를 받자,
할머니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잇지 못하셨다.
“갑자기 눈물이 나…”
나는 당황스러웠다.
할머니는 영상 속 동생의 얼굴을 만지려는 듯
자꾸만 화면을 터치하셨다.
하지만 자칫 전화가 끊어질까 봐
말릴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잊고 지냈던 **‘그 집’**이 떠오르신 듯했다.
나는 그 집이 너무 싫었는데
할머니는 왜 잊지 못하실까?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 집은, 당신이 힘들게 벌어 처음 장만한 재산이었을 테니까.
생각해보면, 우리가 청소년이던 시절
월셋집, 가겟방을 전전하며 우리를 키워주시던 할머니는
그 집만큼은 끝까지 팔지 않으셨다.
그거라도 붙잡고 있어야 했던 무언가가 분명 있었던 거겠지.
덕분에 지금 그 집의 이득을 보는 사람은 동생이지만,
그것 또한 할머니의 뜻일 것이다.
그날,
할머니는 면회가 끝날 때까지
눈물을 멈추지 않으셨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그날 밤, 한참을 더 우셨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입술을 꾹 다물고 울음을 삼켰다.
붉어진 눈으로 집에 도착해
저녁을 먹고 핸드폰 게임을 켰지만
할머니의 눈물이 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처음엔 내가 죄를 지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쩔 수 없다고, 늘 되뇌던 말들.
가난에 대한 원망.
지나간 서러움.
어릴 적 나였다면
“왜 동생만 보고 싶다고 하시지?” 하고
서운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나는
현실 앞에 무기력하게 주저앉은 나 자신이
그저 슬플 뿐이었다.
“나도 알아.
어쩔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저항하고 싶지도 않고
그게 무의미하다는 것도 알지만…
지금은 그냥,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나는 거야.”
남자친구는
말없이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럼 실컷 울어.”
눈물은 끝도 없이 쏟아졌다.
끝없는 슬픔이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과거 알코올중독 시절,
술에 잔뜩 취했을 때만 그랬던 눈물과 통곡이
이젠 맨 정신으로도 터져 나오는 게 조금은 신기했다.
한바탕 울고 나니 조금은 후련하기도 했다.
부비동 안에 고여 있던 액체처럼
속이 비워진 느낌이었다.
그 순간, 남자친구가 말했다.
“이럴 땐 나가서 뛰는 게 최고야.”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단 나가서 뛰는 거야.
2024년 6월의 어느 날.
방금 전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러닝화를 신고, 운동선수처럼 옷을 갈아입었다.
아직 채 닦이지 않은 눈물을
주먹으로 쓱 훔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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