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중일기]
수술실에 들어가는 할머니의 손을
나는 결국 놓을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 속 장면처럼,
입구 의자에 앉아 기다릴 여유 따윈 없었다.
나는 집에 가서 짐을 챙겼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살아계셨다.
90세의 몸으로 수술을 견뎌내신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초점 없는 눈동자,
“너는 누군데 여기서 이러고 있니…”
나는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눈물이 쏟아져 나와 밥을 핑계 삼아 병실을 나섰고
길 한복판에서 엉엉 울었다.
수술은 잘 끝났지만
섬망은 그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수액을 빼고, 소변줄을 빼고,
집에 가겠다고,
날 놔 달라고 소리를 지르며
할머니는 몸부림쳤다.
150cm 남짓한 작은 노인에게서
믿기 힘든 힘이 뿜어져 나왔다.
욕설, 침, 저항.
결국 얼굴을 마스크로 가리고
손과 발은 포박됐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6월의 햇빛은 눈부셨지만
내 앞에 펼쳐진 현실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갑작스레 할머니의 혈액검사 결과가 안좋다며 큰 대학병원으로
이동하는 이송 중 구급차 안.
사이렌이 울리고,
시민들이 길을 비켜주는 그 순간조차
내 마음은 무너지고 있었다.
큰 병원 응급실.
나는 보호자가 아니었다.
의사의 질문에 대답할 사람은
작은아빠였다.
내 차를 가지러 나왔다가
숨이 막혔다.
공황발작.
숨을 고르고 또 고르며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차 안에는
전날 밤 남자친구가 챙겨준 간식들이 있었다.
할머니 앞에서 먹을 수 없어 남겨뒀던 것들.
그걸 손에 쥐고,
먹으며, 울며,
나는 어른이 아니라
다시 어린아이가 되었다.
그래도 작은아빠가 간식으로 되겠냐며 식사를 제대로
하고 오라고 해서 콩국수를 꾸역꾸역 삼키고
다시 병실로 돌아오자
할머니는 손이 묶인 채 누워 있었다.
“이 손 좀 풀어줘라…”
“사람 살려…”
그 말이 섬망인지
진심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소리쳤고,
사정했고,
애써 달래봤지만
섬망은 멈추지 않았다.
지치고,
미워지고,
그래도…
검사실로 가는 할머니 곁에
또다시
나는 손을 내밀고 있었다.
#런중일기 #병원일기 #간병의기록 #섬망증상 #가족돌봄 #공황발작 #노인의병
#손을내밀다 #할머니와나 #눈부신날의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