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가 꿈이라고?

1947년생 극우 아버지와 살아가기_세 번째 에피소드

by 막걸리와모둠전

영화배우가 꿈이라고?

2010년 9월에 결혼을 하고 2012년에 첫 딸을 만나고, 2015년에 두 번째 출산을 하며 아들을 만났다. 그로 인해 딸과 아들을 모두 가지게 되었다.

나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100점이 아닌 200점 평가를 한동안 즐기기도 했다.


윤곽이 진한 얼굴을 가진 남편 덕분에 딸은 또렷한 이목구비를 비롯하여 땡그란 미모를 가졌고 어디를 데리고 다녀도 관심을 받아 은근한 자식 부심까지 느끼게 하는 아이였다.


그로 인해 나의 아버지는 모두가 예쁘다고 반기는 첫 손녀를 금이야 옥이야 그 이상의 사랑을 베푸셨다.

그리고 아버지의 집에 가보면 온통 딸의 사진으로 가득하다. 딸아이는 아가 때는 통통했지만 점점 무섭게 젖살이 빠지더니 중학생인 지금은 날씬하고 누가보아도 이쁜 얼굴이라 할 만큼 미모가 빼어나다.


나의 딸아이만 보아도 부모의 좋은 유전자만 몰빵한 자식은 꼭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부모의 조금 아쉬운 유전자만 몰빵한 자식도 있듯이 말이다. 안타깝게도 아쉬운 유전자의 독차지는 나의 둘째 아들이 된 것이라고 나는 믿지 않지만 세상의 시선은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들은 먹는 즐거움을 확실히 아는 귀여운 아이이다.

지금은 5학년을 앞두고 친구와 즐기는 스마트폰 게임을 너무도 좋아하고... 실내화 가방을 덜렁덜렁 흔들고 다니며 무인 문구점을 기웃기웃하며 세상에 맛있는 것은 너무 많고 주어진 일상은 좋은 게 좋은 거다 하는 생각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웃음 짓게 하는 소중한 아이이다.


먹는 것에 즐거움이 있다 보니 헐렁한 옷을 입혀도 볼록 나온 배의 실루엣은 어디에서 바라보아도 바로 확인할 수 있고 턱밑으로 둥그스레 한 턱살은 가볍게 목선을 가리고 있다.


그리고 속눈썹이 진하고 좌우로 긴 눈을 가져서 상당히 큰 눈임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띄울 때는

눈을 감은 듯하다.


아들은 스스로에게 살이 찐 것에 대해 실망을 하다가도 맛있는 음식 앞에 다이어트를 하겠노라

크게 다짐한 마음을 가볍게 스킵하는 마냥 걱정 없는 평화주의자의 초등학생이다.

AI 생성형 이미지

하루는 아들과 장래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들은 나에게 영화배우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나는 아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줄 몰랐기에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오.. 정말?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어? 엄마는 그런 생각이 있었는 줄 몰랐네? 근데 왜 영화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라고 물으니


아들이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엄마 나 사실은 욕이 하고 싶어서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 영화배우로 욕을 하면 허락받은 거고 연기하면서 하면 되는 거니까 혼나지 않을 것 같아."

"그렇지 아무래도 우리가 일상 속에서는 함부로 욕을 쓰면 안 되니 연기를 하는 영화배우는 좀 자유롭긴 하네..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ㅋㅋㅋ 아버지! 우리 **이가 영화배우가 꿈이래요!!"

하며 나는 나의 아버지에게 자랑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아버지의 대답을 듣는 그 순간 괜히 내가 말을 꺼냈다 싶을 정도의 아버지의 상대를 생각하지 않는 거침없는 답변이 입에서 줄줄 흘러나왔다.


코웃음을 가득 섞으시며 가볍게 꿈이야기를 한 초등학생 손자 녀석의 꿈에 흙 뿌리기를 시작하셨다.

"네가 영화배우?!! 너 얼굴로 무슨 영화배우를 하니? 배는 나와서 웃기게 생겨서 영화배우는 못해요~

코미디언이나 해 심형래, 이용식 같은 코미디언이 되면 웃기니까 그게 어울린다!"라고 하시며 야만적인 웃음을 얼굴에 가득 드리우셨다.


심지어 어린 나의 아들은 심형래는 누구이며, 이용식은 어디에서 나오는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그 이름이 그저 훈남도 아니고 외모 자체로 환영의 주목을 받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뜻을 인지해 버렸다.


사실 아들이 왜 욕이 하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쳐갔지만 아버지의 거침없는 대답에 나 또한 순식간에 얼음이 돼버리며 아들에게 시선 고정할 수밖에 없었다.


민망함에 얼굴이 벌게지고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나의 초딩 아들은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곧 초딩만이 표현할 수 있는 억울함과 분노를 섞으며 할아버지는 나한테만 나쁜 소리를 한다는 말을 꺼낼 것과 같은 화가 끓어오르는 아이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빨리 상황을 정리하고 싶었다!


"아들!!! 걱정하지 마! 우리는 마동석이 되자! 마동석 같은 영화배우가 돼서 욕도 막 하고, 주먹이 아니라 엘보!! 팔꿈치로 막 얼굴 공격하고 화나고 분노가 오르는 순간에 욕도 멋지게 하는 영웅 역할을 하는 거야!

엄마는 곱게 생긴 배우 다 별로야! 자기 캐릭터가 강한 사람이 더 좋아!

마동석은 본인이 영화 투자도 하고 주인공도 하고 막 그러잖아! 아들이 영화로 마동석처럼 돈 벌면 엄마는 막 좋아서 그냥 막 자랑하다가 기절해 버려!"


그 말로 인해 끓어오르던 아들의 얼굴을 겨우 식힐 수가 있었다.

내가 아들에게 쏟아붓던 상황 정리의 이야기를 듣던 할아버지도 순간, 미안하셨는지

"마동석 정도는 좋지! 마동석 싸움을 잘하잖아! 하하하 우리 손자가 마동석 되면 정말 좋지~"

"그러니까 할아버지!! 영화배우는 잘생겨서 되는 게 아닙니다~ 우리 **이는 마동석보다 더 멋질 거예요! 코미디언이 하고 싶으시면 직접 하세요! 잘 어울리세요~" 얼른 내가 대답을 해버렸다.


아들의 오열 위기를 간신히 건너고 마동석 님께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마동석 님 멋진 영화배우가 되어주셔서 감사해요!'


내 아들이 통통하고 살집이 있는 것은 또한, 나를 닮아서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꽤나 먹성이 좋고 살집이 있는 것은 나의 아버지를 닮아서 이다.

아버지께서 코미디언이 잘 어울림직 하다고 말한 내 아들의 외모는 결국 할아버지의 유전자의 힘이 닿은 것임에 8할을 걸겠다.


내 아들의 꿈에 흙 뿌리기를 시전 했던 아버지를 다시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버지도 꿈을 두고 이루고자 했을 때,

누군가에게 어이없는 내용으로 평가절하되어 포기하셨던 무의식 속 경험이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 당신의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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