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보단 YES가 좋아요.
육아를 하면서 좋아하던 TV도 멀리하게 되었다. 집순이라 집에서는 아무것도 안 하고 TV만 봐도 좋았고, 혼자 자취를 할 때는 조용한 적막이 싫어서 보지도 않는 프로그램을 틀어놓기도 했다. 결혼 후 아이가 아주 어릴 때에는 별 상관없이 봤었지만 조금씩 크면서 미디어에 노출되는 게 좋지 않다는 말에 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사실 그냥 TV를 없애버릴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상상도 하기 싫었다. TV가 내 삶에서 없어지는 게...
이런 내 삶에서 요즘 너무너무 기대되는 드라마가 생겼다. 바로 "스물다섯 스물하나"이다. 예전에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하고, 보고 있으면 마치 청량한 사이다 같은 느낌이 든달까? 스토리도 캐릭터도 연기도 빠지는 것 없이 너무 재밌고 좋았다. 내가 왜 이토록 이 드라마에 열광을 하게 된 걸까 생각을 해보니, 과연 내가 내 삶을 살아오면서 저 주인공들처럼 꿈을 좇았던 적이 있었는지... 혹은 저렇게 열심히 살았던 적이 있었나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나는 남들보다 안 해본 게 많은 청춘이었던 터라 더 아쉽고 그리웠다.
어릴 적 문방구에서 파는 아폴로, 쫀드기 같은 걸 사 먹어 본 적이 거의 없다. 이유는... 몸에 안 좋으니까? 핫도그, 솜사탕 이런 것도 어릴 적 기억이 별로 없다. 그게 뭐가 맛있냐, 몸에 안 좋다. 등등의 이유로 말이다. 말해도 점점 안 해주는 게 많으니 사달라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솜사탕이랑 핫도그는 아직도 좋아한다. 어릴 때 못 먹어본 한이랄까? 만화책도 거의 빌려본 적이 없다. 교육적이지 않으니까... 친구들이 빌린 거 학교에서 빌려보는 정도?! 나의 청춘은 일상생활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은 대부분 NO였기 때문에, 꿈도 열정 따위도 없었다. 하지 말라는 게 많아서,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답답했던 집을 빨리 탈출하고 싶을 뿐이었다.
가장 나쁜 것은 가장 빨리 배운다고 했던가. 육아를 하다 보니 가장 싫었던 점은 내 부모의 가장 싫었던 모습을 내가 그대로 아이에게 강요하고 있을 때였다. 아이에게 해가 되지 않으면 무엇을 하던 YES 하는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무엇을 하던 NO를 하는 엄마가 되어버렸다.
"사탕, 초콜릿, 젤리 안돼! 이가 썩잖아! 그러게 이 잘 닦으면 준다니까"
아이와의 입씨름을 끝내고 나면 자괴감이 한 번에 몰려온다. 내가 과연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지...
나와 친정엄마의 차이점을 굳이 찾자면... 조건부 NO라는 점?! 하지만 이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사실 나도 안다.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다른 방법으로 아이를 구슬리고 달래야 하는 것도. 내가 받았던 사랑이 잘못된 게 아니라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지만, 옳은 방식을 배우고 배워도 실제로 하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나마 매일 노력하는 것 중의 하나는 아이와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누워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그날의 특정한 사건이 있었다면,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엄마의 말에 혹은 행동에 상처를 받았는지 어떤 것이 옳고 그름인지 얘기해주려 노력한다. 고맙게도 아이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매번 느끼는 점은 내가 한번 더 참고, 한번 더 아이의 감정을 깊숙이 이해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다.
육아는 매일 나의 한계를 시험하거나 밑바닥이 어디인지 그 끝을 보고 싶어 한다. 나의 언행과 행동에 아이의 미칠 영향을 알기 때문에 오늘도 난 그 시험대에 오르며 새로운 인내를 배운다. 부디 나의 아이도 사랑받고 자란 '백이진'처럼, 좋아하는 일에는 열정 넘치는 '나희도' 같은 아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