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닮긴! 내 딸이니까 당연히 날 닮았지!
누가 나에게 어릴 적부터 듣기 싫은 말을 꼽으라면, TOP5 안에 들어갈 말 중에 하나는 "닮았다"라는 말이다. 보통 나의 말 또는 버릇 등 행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많이 들었다. 부모님한테 혼이 날 때 혹은 부모님이 다른 사람에게 나의 이야기를 할 때, "누굴 닮아서 이런 건지 모르겠다?"혹은 반대로 "엄마/아빠를 닮아서"라고 말이다. 우리는 대체 이런 말을 왜 하게 되는 걸까?
먼저 나는 유독 왜 저 말이 싫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보통은 혼나거나 핀잔들을 때 듣는 말이니까, 그런 상황도 싫은데 나를 부정한다고 느껴져서 더 싫었을 것 같다. 근데, 안 닮았다고 뭐라고 할 땐 언제고, 닮았다고 혼나는 건 또 무슨 경우인지 참 아이러니하다.
예를 들어보자. 아이가 높은 데서 자꾸 뛰어내린다. 부모님은 위험하다며 하지 말라고 말리지만, 아이는 듣지 않고 계속 뛰어내리다가 다친다. 그럼 부모님은 보통 "다친다고 뛰어내리지 말랬지! 엄마 아빠 말 안 들어서 다쳤잖아. 누굴 닮아서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이런 패턴으로 말을 하게 된다. 사실 여기서 누굴 닮아서라는 말은 빠져도 되는데, 우린 왜 자꾸 굳이 넣어서 얘기하는지 모르겠다.
엄마, 아빠를 닮았다는 말은 좋을 때 주로 쓰긴 하지만, 배우자의 안 좋은 버릇을 닮았을 때도 많이 사용하긴 한다. 얼마 전 정말 소름 돋는 일이 있었다. 얼마 전부터 아이가 서랍장을 열면 닫지 않는 것이다. 밀어서 닫는 게 어렵지도 않은데 계속 열어놓고 써서 물어보았다. 돌아오는 대답은 "그냥"이다. 물론 아이가 너무 어려서 자기의 생각이나 마음을 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답답했지만, 꼭 닫으라고 알려주고 서재로 와보니 남편 서랍장이 다 열려있는 게 아닌가! "지아빠 아니랄까 봐! 똑 닮았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남편한테 서랍장 왜 열어놓고 쓰냐고 물어봤더니, "아, 닫아야지~ 근데 열어놓으니까 편해서 자꾸 안 닫네."라고 하는 것이다. 아이가 자꾸 배우니까 제발 좀 닫으라고 몇 번이고 일러주었다.
부모님들은 항상 좋은 것은 본인들을 닮았다고 얘기한다. 다만, 외모든 성격이든 좋지 않은 부분은 "날" 안 닮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것이다. 그래서 좋지 않은 건 "우리"가 아니거나 "나 자신"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온 말인 것 같다. 물론 실제로 닮은 부분도 많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우리도 어릴 때부터 많이 들어왔던 말이니까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다.
아이는 백지장처럼 하얀 상태라 엄마나 아빠가 하는 언행, 행동은 모두 잘 흡수하는 것 같다. 먹는 것, 입는 것, 노는 것 하나하나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으니 안 닮는 게 더 어려울 것이다. 우리 아이는 엄마의 갈색 눈이 좋은데 자기는 갈색 눈이 아니라서 속상하단다. 엄마 아빠와 닮은 점을 찾는 것도 좋아하고, 엄마 아빠와 옷이나 신발도 같거나 비슷하게 입고 싶어 한다. 게다가 예쁜 말을 알려주면 예쁘게 그대로 따라 말한다. 이럴 땐 너무 사랑스러워서 정말 녹아내릴 것 같다.
"닮았다 혹은 닮지 않았다"는 있는 그대로를 비교해서 말할 수는 있다. 다만, 우리가 훈육을 할 때 과연 저 말이 필요한가는 다시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훈육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만 얘기해야 하는데 항상 우리는 감정을 내세워 마음의 상처를 준다. 만약 내가 아이의 실수를 내가 인정하게 되면 그게 마치 나의 실수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건 나의 아이와 나를 동일시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아이는 나와는 비슷한 부분이 많지만, 다른 사람임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처음부터 노력해보려고 한다. 그렇게 해보면 아이와 나를 동일시하거나 소유물처럼 집착하지 않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훈육할 때 많이 신경 쓰는 부분 중의 하나는 내가 아쉬웠던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다. 훈육할 때도 잔소리를 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사실 쉽지 않다. 내가 너무 감정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포기해버리면 아이한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다 잘 안다. 그렇기에 오늘도 다시 힘을 내본다.
-부모 나이 37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