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편인 줄 알았는데 내 편이네요

by MINA

몇 년 전 일이다. 남편이 지나가다 무심하게 말을 건넸다.

"요즘 무기력하고, 식욕도 많이 떨어지지 않아? 어디서 봤는데 우울증 증상일 수도 있다더라."

무심히 던진 한마디였다. 무슨 말이냐는 듯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들키고 싶지 않은 부분을 들켜버려 뜨끔했다. 아닌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날 참 잘 아는 내 사람이구나 싶었다.


지난 3년 전 지속되는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인해 시도 때도 없이 어린이집은 고사하고, 징징대는 아이와 아무 데도 못 가고 집에서 칩거하는 생활을 계속하다 보니 점점 감정조절이 힘들었고, 나 자신을 점점 잃어갔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것도 먹기 싫고, 제발 아무도 날 찾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현실은 불행히도 눈을 뜰 때부터 감을 때까지 거의 그럴 수가 없었다. 매일 같이 아이 뒤치다꺼리를 하다 아이를 재운다. 재우기만 하면 오롯이 내 시간이 생기는데 재우는 일만 항상 1시간에서 1시간 반이나 걸린다. 책을 읽어달라, 어디가 가렵다, 물이 마시고 싶다, 화장실 또 가고 싶다 등등 견디기 못해 폭발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여하튼 이렇게 하다 보면 너무 지쳐서 그냥 잠시 사라지고 싶은 마음 밖에 남지 않았다.


어쩌면, 그 반복적인 생활 속에서 감춰져 있던 나의 우울감이 스멀스멀 올라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우울함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치부와 같다. 그래서 더 아무렇지 않은 척, 안 그런 척 살아오니 실제론 정말 우울하지 않은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했지만, 내 마음 깊은 곳 어디에는 아물지 않은 상처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여태껏 내 상처를 외면하면서도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를 키우다 보니 덮어두었던 상처가 자꾸 건드려졌다. 이제 와서 말한들 뭘 어떻게 하겠냐고 하지만, 지금이라도 나의 마음조차 내가 보살펴주지 않으면 그 아무도 보살펴줄 수 없다는 생각에 그 상처를 덮어만 두지 말아야겠단 생각을 했다. 사실 방법은 잘 모르겠다. 어떻게 상처받을 마음을 치료할 수 있을지는. 적어도 내게 일어난 일을 부정하지 않고 마주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3년이나 지난 지금 팬데믹도 끝났고, 아이를 챙겨야 할 부분도 챙겨주는 부분도 많이 덜었다. 하지만 잠자리는 역시 엄마가 봐줘야 편해서인지 여전히 나랑만 잔다. 길게는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재우긴 하지만, 그래도 나아진 부분에 있기에 감사하다. 이런 소소한 부분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도록 노력하고 있다. 특히, 육아를 하다 보면 나는 없고 오로지 아이만 있어 내 마음속은 텅 빈 주전자 같다. 하지만, 일상 석의 소소한 부분에서 감사함을 느끼면서 나의 인생에 비어있는 부분도 채워할 수 있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를 봐주는 남편이 있고, 아이가 있다. 남편이 진지하게 얘기했으면 얘길 했다면 거부감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나의 변화된 모습을 캐치하고, 가볍게 던진 그 한마디가 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할 수 있는 거, 하고 싶은 것부터 찾아봐라는 남편의 말을 7년째 듣고 있지만, 쉽지 않다. 그 찾는 것도 시작하는 것도. 하지만 2024년엔 배우고 싶었던 제봉도 배워보고, SNS도 새롭게 시작하면서 성취감도 느끼고, 삶의 의욕도 조금씩 생겼다.


나는 여전히 우울감과 무기력함 속에서 조금씩 변해가는 중이다. 하지만 더 이상 갇혀있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려고 노력하고자 한다. 날 위해서 그리고 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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